당당한 영화, 맛있는수다, 긴 여운
4일 오후 7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전북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박영숙 이윤애 조선희)가 여성주간을 맞아 여는 여성영화이야기 '喜Her樂樂(희허락락)'의 마지막 대단원에 초대된 지역여성 옴니버스 영화 '오이오감(五異五感)'은 각별했다. 여성영상집단 움이 '2009 지역여성미디어운동 활성화 프로젝트'로 여성주의 영화와 만날 기회를 위해 제작한 것.
성폭력 피해를 대담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이들은 고독해 보였지만, 건강했다. 결혼제도 밖의 또다른 삶의 이야기는 유머로 버부린 특별한 시선까지 여운은 참 길었다.
전주, 제주, 수원, 대구, 서울 등에서 여성에 관한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 감수성을 담은 감독과의 맛있는 수다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커밍 아웃하면서 10년 뒤 엄마과 내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기대하며 찍었습니다. 이제 엄마와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게 돼서 홀가분해요." ('인정'의 사포(가명) 감독)
"비혼모임 '비비'의 공동체성을 담기엔 21분은 너무 짧았어요. '비비'가 어떤 모임인지 소개하는 선에서 머문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비혼비행'의 김효정 감독)
"5만원권 지폐에 최초로 여성인 심사임당이 새겨지는 건 화제거리 아닌가요? 다들 너무 무심하더군요. 심사임당 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현모양처라는 이미지도 깨고 싶었습니다."('여성인물잔혹사'의 이경진 감독)
앞서 선보인 조은 동국대 교수의 '사당동 더하기 22'역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했다. 철거민 3대의 정금선 할머니의 신산한 가족사 22년을 추적한 이야기속엔 분단, 개발주의, 이주와 다문화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담겼다. "이것은 한 가족의 얘기가 아니다"라는 극중 내레이션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편, 3일 오후7시에 열린 개막식에선 '2009 전북여성운동의 디딤돌'엔 V-day(여성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기금마련운동)를 맞아 극작가 이브 엔슬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 공연을 올린 전주지역 영어강사 연극팀과 국공립학교 회계직원(무기계약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복지포인트 제도를 채택한 전북도교육청에 돌아갔다. '2009 전북여성운동의 걸림돌'은 회식자리에서 신체·언어로 성희롱을 한 진안군청 소속 공무원들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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