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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석철주가 재해석한 고전 산수화

내달 20일까지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인전

한국화가 석철주(59. 추계예술대 교수)는 끊임없이 변화해온 작가다.

 

16살 때 청전 이상범의 문하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전통 산수화로 출발했지만, 수묵화만을 고집하지 않고 화선지 대신 캔버스를 쓰고 먹뿐만 아니라 아크릴 물감으로도 그림을 그린다.

 

"청전 선생에게서 그림을 배우던 10대 때도 동양화 작가라고 해서 꼭 수묵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아크릴을 쓰기 시작한 건 1990년 개인전 때부터였어요. 옹기 그림의 표면 문양을 그리는데 다른 걸 섞어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채색도 과감하다. 분홍과 주황, 연두색 등의 강렬한 색은 검은색이 주조를 이루는 수묵화의 차분한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소재 역시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1980년대에는 '탈춤' 연작을 선보이더니 1990년대에는 항아리를 소재로 한 '생활일기-옹기' 연작을, 2000년대에는 '생활일기-식물이미지' 연작을 발표하면서 소재를 발전시켜왔다.

 

15일부터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서는 고전 산수화를 재해석한 작품들을 내놓는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신몽유도원도' 연작은 물감을 칠하기보다는 이미 칠해진 물감을 지우는 기법으로 그려졌다.

 

캔버스 위에 바탕색을 칠하고 바탕색이 마르면 흰색을 다시 칠한다. 덧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 맹물에 적신 붓으로 그림을 그리면 덧입힌 색깔이 지워지고 바탕색이 드러난다. 그 위에 마른 붓으로 다시 여러 번 원하는 대로 붓질을 하고 나면 원래 바탕색이 희미하게 드러나면서 뿌연 듯하기도 하고 마치 비 내리는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의 '석철주표' 산수화가 완성된다.

 

"캔버스 표면에 바르는 아크릴 물감이 선명도가 높다면 종이에 스민 뒤 마르면서 배어 나오는 먹은 깊이감이 있습니다. 아크릴을 쓰면서도 수묵의 깊이감을 주기 위해 기존 작가들과는 반대의 방법을 쓴 겁니다"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와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고람 전기의 '매화초옥도', 강희언의 '인왕산도' 등 고전 산수화들 역시 석철주에 의해 분홍색과 청자의 푸른색으로 다시 태어났다.

 

학고재 본관 뒤편의 신관에 걸린 '자연의 기억' 연작은 긁어내기 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역시 캔버스 위에 바탕색을 칠한 뒤 이번에는 그 위에 검은색을 다시 칠한다. 그리고 나서 대나무나 혁필, 판화 제작 도구인 스퀴즈 등으로 검은색 물감을 긁어낸다. 크레파스 긁어내기와 유사한 이 기법은 긁어내는 도구의 특성에 따라 날카로운 선과 넓은 면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아무렇게나 피어난 들풀 같은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산수화는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도록 관람객의 눈높이보다 약간 높게 걸었고, 반대로 들풀 그림은 발아래 펼쳐진 들판의 느낌이 들도록 전시장 바닥에 가깝게 배치하는 등 관람객의 시선까지 고려해 작품을 설치했다.

 

끊임없이 변해온 작가는 그러나 또다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돌아보니 평균 5년에 한 번씩 변화한 것 같아요. 의도적으로 그런 것도 있고 하다 보니 마침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도 있었죠.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하고 끊임없이 나를 찾아갈 겁니다"

 

전시는 다음달 20일까지. 단, 1~10일은 갤러리가 문을 닫는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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