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강연회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은퇴란 없지요.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73) 씨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식지 않은 창작열을 표했다.
최씨는 15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공연을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와 사인회를 진행했다.
그는 "늘 몇 가지 주제들이 머릿속에 있기 마련이니까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며 "어디까지 쓰고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창작하는 사람들한테는 은퇴란 없으니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말씀드려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최 작가가 1970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희곡으로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설화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1970년 현 명동예술극장인 옛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1973년과 1975년 같은 장소에서 공연됐으며, 이후 1986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마지막으로 공연됐다.
권력다툼으로 궁궐에서 빠져나온 평강공주는 화려했던 시절로 되돌아가고자 온달을 장수로 키운다. 그러나 결국 온달은 권력다툼의 희생물이 되고 공주마저 죽임을 당하는 비극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최씨는 이 작품에 대해 "당시 평강공주라고 하는 설화 속 인물의 모습이 수수께끼처럼 다가왔다"며 "공주의 입장이 됐을 때 그 마음은 어떨지, 공주를 만난 온달과 온달의 어머니는 어떤 마음의 혼란을 겪었을지 열심히 상상해서 희곡 형식으로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 공연 세 번을 합쳐서 오늘 네 번째 공연을 보는데 오랜 세월 끝에 새로 문을 연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을 희곡 작가로서 고맙고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공연에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냈으며 노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최 씨는 "작가가 작곡가라면 연출가와 배우들은 교향악단의 연주자들이고 늘 듣던 곡이라도 지휘와 교향악단에 따라 다르다"며 "매번 공연이 다른 것이 연극이라는 예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작품은 획기적이고 훌륭해서 만족스럽게 잘 봤다"고 말했다.
극에서 온달과 평강이 죽음을 맞도록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며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악곡을 듣고 마지막 부분이 왜 그렇게 됐는지 묻지 않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때 그런 악상이 나와서 그렇게 마무리한 것"이라며 "예술작품에서 변화와 대안의 가능성은 무한하며 이 점이 창작의 보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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