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구 관현악단 음악봉사대
지난달 31일 오후 7시, 전주시 평화동 동신아파트에 별안간 떠나갈 듯한 반주소리가 들렸다.
이어 들려오는 관내 방송.
"주민 여러분, 오늘 완산구 관현악단 음악봉사대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한다고 합니다. 노래자랑도 있으니, 원하는 이들은 주차장으로 나와 주십시요~잉."
편안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시민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날씨 참 덥죠~잉? 그래서 인기가수들의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음악을 맡아주실 분은 완산구 관현악단. 소개합니다!"
양복을 말쑥하게 입은 향토가수 신나리씨가 인사말을 띄우며 완산구 관현악단 음악봉사대(단장 지현석)를 소개하자, 금새 분위기가 들썩들썩. 색소폰, 트럼본, 트럼펫, 드럼, 베이스, 오르간 등 연주자들이 신나는 곡 연주로 인사를 대신했다.
향토가수 강 희씨가 '열두줄', 안소향씨가 '속 깊은 여자'의 라이브 공연이 내리 이어지자, 아파트 창문으로 고개만 내밀고 보던 다른 시민들도 주차장으로 나섰다. 한 손엔 돗자리가, 다른 한 손에 아이들의 고사리 손이 들려 있었다. 색다른 풍경을 신기해하면서 음악에 맞춰 춤 추는 꼬마들이 있는가 하면, 머리 희끗희끗한 어르신들도 어깨를 덩실거리며, 흥에 한껏 취했다.
가만히 노래만 듣던 주민들도 사회자가 멍석을 깔아주자, 기다렸다는듯 마이크를 덥석 잡았다.
'밤차', '정 때문에', '대전블루스' 등 인기 트롯트가 쉴새없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무대는 10시가 거의 다 돼서야 갈무리됐다. 즉석 장기자랑으로 기념품까지 받아든 주민들은 연신 싱글벙글.
지현석 단장은 "아파트 나들이는 처음이었는데,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어 시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시원한 음악 선물로 무더위 짜증을 날려 보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숙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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