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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천 교수 "'무대'보다 감칠맛 나는 '판' 그리워"

전주 한옥마을에 '국악의 집' 열어

전주 한옥마을에 '국악의 집'을 연 정회천 전북대 교수. 안봉주(bjahn@jjan.kr)

국악은 대물림의 역사다. 그것의 생명은 철저하게 청중들로부터 선택되었을 때 비로소 지켜진다.

 

하지만 생애를 걸었던 이들의 무대가 이젠 서구식 극장에서만 올려지는 것이 현실.

 

우리 삶 속에서 빼앗긴 자리를 다시 찾기 위해 정회천 전북대 교수(52)가 전주 한옥마을에 '국악의 집'을 열었다.

 

"다섯 사람이 와도, 열 명이 와도 소리와의 만남은 늘 한결같은 감동을 가져다 줍니다. 공연을 위한 무대 보다 감칠맛 나는 판이 그리웠습니다.”

 

오래전부터 염원했던 일이다. 정 교수는 "온몸으로 이뤄내는 우리의 '소리 예술' 이 가까워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며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실천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통 한옥의 느낌을 살리고, 정각 형태를 재현해 대청마루에 간이무대를 마련했다. 적게는 40~50명, 마당까지 트면 얼추 100여명까지 앉아서 신명을 더하는 무대가 된다.

 

"예전엔 국악 애호가들이 자신의 사랑채를 터서 소리꾼들을 며칠씩 머무르게 하면서 판을 벌렸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됐습니다. 당시만해도 소리 한 번 원없이 들어보고 싶은 이들이 알아서 몰려들었죠.”

 

그는 정재근 - 정응민 - 정권진으로 이어오는 보성소리가에서 태어났다. 중요무형 문화재 보유자였던 부친 정권진 선생으로부터 소리를 배우고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함동정월 선생의 가야금 산조를 전통적인 교육법을 통해 전수받은 첫 제자.

 

"김명환, 이보영 선생이 저희 집에 사시기도 했기 때문에, 흥에 취하면 판은 자연스레 벌어졌습니다. 매일 저녁 끝도 없는 판이 열렸죠. 그 때 가야금도 배우고, 북도 배우고 했습니다. 인간문화재 선생을 모시고 일대일 지도까지 받았으니, 이 길로 들어선 게 운명 아니었나 싶습니다.”

 

KBS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던 그는 "현재 국악연주회는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교감하기 위한, 혹은 제자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연주회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악을 들을 만한 극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악 애호가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을 연주회를 앞두고 한창 연습중에 있다. 연주가에겐 여름공부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

 

"장마철이 되면 소리가 영롱하지 않고 둔탁해지기 때문에 줄을 조여 바짝 연습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연주회 일정을 물었더니 구체적인 계획은 결정 못했지만, 공연을 많이 올리면 올릴 수록 좋은 것 아니냐며 웃었다. 그간 잃어버렸고 또 간절히 회복을 원하는 그 판이 다시 한옥마을에서 재현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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