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합의만으로 석방 불가능…민사상 책임도 미리 대비해야
질문: 몇 년 전에 제 남편이 친구와 함께 사업을 하던 중에 뇌출혈로 쓰러진 후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제 남편은 친구에게 동업 관계 청산과 청산금 지급을 요구하였는데 그 친구는 수 년간 남편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남편에게 인격적인 모욕을 주었고 이에 남편은 우발적으로 그 친구를 죽이게 되었습니다. 현재 남편은 교도소에 있습니다. 주변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가진 재산이라고는 제 명의로 된 집 한 채밖에 없는데 꼭 합의를 해야 하는지요. 그쪽에서 요구하는 합의금이 너무 많아서 합의는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입니다. 만약 합의를 하면 석방될 수는 있는가요.
답변: 살인의 경우에 합의만으로는 석방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보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가한 고통이 수인 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고, 사건 발생 당시에 피고인이 정상적인 판단이 힘들 정도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며, 피해자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 등의 사정이 동시에 있다면 합의를 하면 석방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사정은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합의가 꼭 필요한지가 문제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합의가 필요합니다. 형사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피고인이 그 사건에 대한 형사 처벌을 다 받고 난 이후라고 하더라도 민사 책임은 여전히 남게 됩니다. 통상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간과하기 쉬운데 물론 피해자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겠지만 질문자의 경우처럼 손해배상 금액이 많아지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가능성이 많겠지요. 민사상 손해배상의 경우 피고인 소유의 재산이 있을 경우에 문제가 될 것입니다. 피고인의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 본인이 아닌 이상 피고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이유는 없으니까요.
본건과 같이 피고인 부인 명의로 된 집이 한 채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 위 집이 피고인 소유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민사집행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전혀 입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의 경우 위자료 뿐만 아니라 사망한 피해자가 앞으로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도 청구할 것이므로 손해배상액은 피해자의 나이와 직업에 따라 금액이 다르겠지만 피해자의 나이가 젊은 경우 통상 상당한 액수에 이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부분을 다 고려했을 때 기왕 민사상 손해를 배상해야 할 처지라면 적정 금액에 민사상 책임도 다시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합의를 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박정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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