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문자 디자인전'…예술과 생활간의 소통 첫 시도 '신선'
족자 속 서예가 책표지 디자인과 만났다.
올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책표지 문자 디자인전'을 통해 예술과 생활과의 '소통(疎通)'을 시도했다.
서예에 디자인적 요소를 더한 캘리그래피(calligraphy·손글씨)는 책표지를 비롯해 영화 포스터, 옥외 광고물까지 응용되는 추세다. 한비야씨의 수필 「그건, 사랑이었네」를 비롯해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공지영씨의 소설 「도가니」 만 봐도 베스트셀러 상당수가 제목을 손글씨로 썼다.
'책표지 문자 디자인전'은 한국적 아름다움과 감성을 함께 담은 서예를 책에 접목시켜 서예의 대중화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광복 이후 출간된 책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전통 서예 책표지들과 손글씨 열풍에 힘입은 책표지들을 꼼꼼히 추린 의미있는 전시. 작고한 강암 송성용, 소전 손재영, 원곡 김기승 선생을 비롯해 현존작가 우산 송하경, 하서 박원규 선생 등 500여점의 작품들이 책표지로 선보였다. 도내 작가로는 산민 이용, 공제 진영근, 김병기 서예비엔날레 총감독의 유일한 출품작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김병기 서예비엔날레 총감독은 "손글씨 중에서도 정교하고 경지가 높은 서예로 책표지 디자인을 한다면, 서예의 수요도 자연스레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서예가들의 상당수도 서예가 이런 쪽으로 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고 동감했다"고 설명했다.
손글씨와 서예는 글씨를 쓴다는 점에서 같다. 글씨의 균형감각, 아름다움, 개성 있는 글꼴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서예가 작가의 정신세계를 강조하는 예술인 반면 캘리그래피는 상업적 고려가 우선된다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작가의 주관 보다 시장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한 글씨를 써내야 하기 때문.
'서예가 아닌 서예'로 쓴 책표지가 범람하면서 서예의 전통성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서예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외쳐왔던 여태명 원광대 교수는 "책의 경우 활자로 돼 있어 딱딱한 느낌을 주는 데다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 다 읽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기 때문에 손글씨와 같이 감성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며 "손글씨는 서예가 과거에서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것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김 총감독은 "대중들이 생동감 있고 기운찬 손글씨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서예의 대중화를 위한 또다른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3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 2층 복도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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