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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아이돌만의 리그 전락 왜?

인터넷 영향…중장년층 음악은 사각지대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은 요즘 자신들이 들을 음악은 아예 없다고 생각해요. 제 친구들은 아이돌(idol) 가수를 좋아하지만, 노래를 따라부를 수 없다고 푸념하죠."(가수 박학기)

 

국내 대중음악계가 최근 몇년 사이 '아이돌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가요계만 들여다봐도 각종 음악사이트 인기차트에서 10-20대의 '어린' 가수들이 특수를 누렸다. 소녀시대, 브라운아이드걸스, 투애니원, 포미닛 등 여성그룹을 필두로 지-드래곤까지 차트 상위권에는 이들의 노래만 들어 찼다.

 

신세대 가수들이 춤, 노래 실력을 갖추고 알찬 음악을 만든다는 점에는 가요계 종사자와 음악팬들이 수긍한다. 하지만, 마치 국내 대중음악 시장은 10-20대 가수와 그들의 노래만 만들어지는 듯 보인다.

 

이달 열린 '아시아 송 페스티벌'의 한국 대표도 빅뱅,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투애니원 등 아이돌 그룹 차지였다. 이후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한국 대표 가수는 아이돌이냐'는 댓글이 올라왔다.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해만 해도 이미자가 101곡이 담긴 50주년 기념 음반, 인순이는 17집, 산울림 출신 김창완이 만든 김창완밴드가 1집을 냈다.

 

그런데 왜일까.

 

많은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음반에서 인터넷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하면서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이 '존재감'을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국의 '한남자', 윤하의 '비밀번호 486' 등을 작곡한 황찬희 씨는 "인터넷에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주류층은 10-20대"라며 "그 때문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음악이 음악사이트의 인기차트를 장악하면서 시대를 주름잡는 '핫 트랙'으로 여겨진다. 디지털 음악 환경 속에서 마치 대중가요는 젊은이들의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학기 역시 "40대인 나도 인터넷으로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데 익숙하지 않다"며 "LP와 CD로 음악을 즐긴 중장년층은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 그래서 10-20대가 인터넷에서 소비하는 음악이 최고 인기곡이 되고, 아이돌 가수가 대표 가수가 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많은 중견 가수들도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 PD들이 음악사이트 인기차트를 참고해 가수들을 출연시킨다"며 "예우상 방송 순서에 간신히 낀 우리들은 쑥스러울 정도"라고 볼멘 목소리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음반을 내면 실패하는 것도 인터넷의 영향이 적지않다"며 "이미 음반 시장은 고사한데다, 이들의 노래는 인터넷에서 젊은 층에 팔리지 않으니 인기차트에도 오르지 못한다. 결국, 가수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빠르게 하락세를 걷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음반제작자들도 젊은 층을 겨냥한 음악을 만드는데만 몰두하니 '쏠림' 현상은 악순환이 된다. 여성그룹이 포화상태라고 불평하면서도 에프엑스, 티아라, 시크릿, JQT, 햄 등 하반기에도 여성그룹이 더 쏟아진다.

 

음반 시장이 고사하고 인터넷과 모바일로 매체 환경이 변한 것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일본의 경우 중장년층이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돌파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이시자카 게이 일본레코드협회 회장 겸 일본 유니버설 대표는 음반과 디지털 음원의 공생을 강조했다.

 

이시자카 대표는 "젊은 층 대상의 디지털 음원으로 신인을 육성하고, 음반으로는 40세 이상 중장년층이 소비할 음악과 가수를 개발해야 한다"며 "특히 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40-60대 중장년층 인구가 늘고 있어 이들의 소비 행태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영역의 공존 전략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고 말했다.

 

최근 박학기는 나무자전거의 강인봉, 유리상자의 박승화, 라이어밴드의 이동은ㆍ이정학과 함께 프로젝트 밴드 '대박나라'를 결성했다. 올드 팝 명곡과 1980-1990년대 인기곡 등 중장년층 팬들이 즐길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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