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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③림스키-코르사코프의 또 다른 공헌

'클래식 변방의 기적' 일궈낸 러 음악의 대부

*사진 출처 : http://cafe.daum.net/figureyeona (desk@jjan.kr)

'모쿠차야 쿠차카', '막강한 소수', '막강한 5인' 혹은 '러시아 5인조'! 마치 첩보영화나 스릴러 영화의 제목 같다. 의리로 똘똘 뭉쳐진 결사조직같다.

 

하긴 그들은 그런 면이 있었다. 서양 음악의 도도한 흐름에 반기를 들고 자국의 민족정서를 표현해내야 한다며 모인 그들은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로서, 작곡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안톤 루빈스타인이 서구식으로 설립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서바토리(음악원)를 러시아의 독창성을 훼손한다며 반대하였다. 그리고 모임의 비공식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발라키레프를 중심으로 자기들끼리 독학을 했던 것이다. 음악 공부를 말이다.

 

그들은 클래식 정전에 오른 작곡가들의 작품 기법과 창조성을 분석, 평가하면서 모차르트, 맨델스존, 슈만의 작품이 너무 연약하다고 비판하였고 진보적인 리스트, 베를리오즈에게 열광했으며 쇼팽과 글링카의 민족적 경향에 감동하였다.

 

러시아 5인조를 다 알아서 무엇하랴.지금은 그들 모임의 의미와 그 모임의 음악을 세계에 알려 세계 음악사에 확고하게 자리 매김하게 한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림스키도 물론 5인조의 일원이다. 5인조는 막강한 소수라는 별칭처럼 민족적 성격이 강한 모임이다. 발라키레프, 보로딘, 쿠이, 무소르그스키는 이름만 들어도 고집스럽고 주장이 강한 민족주의자의 독특한 캐릭터를 느낀다. 그러나 림스키는 '그도 5인조였던가?' 할 정도로 낭만적이고 세계적인 이미지다.

 

그는 해군에 복무하면서 발라키레프 등에게 음악 공부를 했다. "발라키레프는 내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며 발라키레프를 추종하였다. "음악의 천국에는 유일한 신이 있는데 그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였고 발라키레프는 그의 예언자였다."고 까지 칭송하였다. 그런 그가 27세때 러시아 5인조의 반 아카데미 입장을 버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서바토리의 작곡교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그 때 곧 바로 자신의 실력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내가 교수가 된 것은 어리석고 정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어설픈 음악 애호가였을 뿐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밤늦도록 공부했다. 화성학과 대위법을 철저히 공부했으며 모든 관현악기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지극한 정성은 뜻을 이루는 법! 그 음악 학교의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기도 했던 그는 명실공히 가장 실력있는 훌륭한 교수가 되는 것이다.

 

림스키가 막강한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끝까지 반 아카데미 자세를 견지했다면 러시아 국민악파가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 진입할 수 있었을까? 러시아 5인조 중 카리스마가 가장 부드러워 보이는 림스키가 입장을 바꾸고 열심히, 정성껏 공부한 전문성 덕분에 미완성이었던 글링카, 보로딘, 무소르그스키등의 작품들을 완성하고, 편집하고, 관현악으로 편곡하여 러시아 국내 및 서유럽에 알림으로써 그들 음악은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림스키는 열심히 공부한 덕에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도 탁월했고 관현악법에도 대가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저술한 화성법이나 관현악법의 교재는 지금도 가장 훌륭한 교재의 하나이고 글라주노프,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에프 등 20세기의 대 음악가들을 길러내기도 한 것이다.

 

그런 그는 자서전에서 "내 음악 생애에 관한 얘기는 무질서하고, 일관성이 없고, 문체는 초라하고, 때로 무미건조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대신 오로지 진실만을 얘기했다." 물은 아래로 흘러가면서 큰 물이 된다더니 참 겸손한 자세!

 

림스키가 서양 음악에 대한 자세를 바꾸지 않았더라면 러시아 악파 음악은 클래식 음악의 변방, 러시아 지역의 음악 정도로만 남았을 것이다. 관현악 음악에 서유럽의 낭만주의적 표현과 러시아 민요 선율의 융합을 이뤄내 이국적이면서도 정통적인 독특한 음악을 구현해 낸 것이 림스키의 또다른 공헌인 것이다.

 

림스키의 관현악 모음곡 '세헤라자데'를 듣고 있노라면 고혹적인 선율과 환상적인 소리 조화 속에 빠져 들며 마법의 담요를 타고 하늘을 나는 신비한 세계가 펼쳐지니…. 아름다운 세상이여! 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꿈을 꾸겠습니다. 갈등이 없게 하소서. 욕심 안 부리게 하소서. 지혜롭게 하소서. 우리나라에 평화로운 통일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림스키의 음악은 편한 기분으로 들어도 참 재미있는 음악인 것을….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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