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캔버스에 생명을 불어넣다
"전시 제목이 '살다'예요. 우주에 떨어진, 세상에 던져진 군상의 본질을 담고 싶었거든요. 몸부림치듯 꿈틀거리는 모습이, 꼭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같아요."
10월 7일까지 갤러리 공유에서 열고 있는 서양화가 이주리씨 개인전 '살다'. 그의 화폭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남자들이 벗은 채 얽혀 있다. 야하다기 보다 마치 한편의 그리스신화를 그림으로 만나는 것 같다.
청록색톤에서 회색톤으로 갈아입은 작가는 "더 치열하고, 비관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역동적인 생명력이 드러나는 이번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작품의 구도를 잡는 일. 존재를 공중에 '붕 '띄워져 있도록 해 세상과 우주에 던져진 느낌이 잘 표현됐다.
"왜 남자만 그렸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남·녀 구분이 없는 한 인간을 그렸다고 보면 될 거예요. 군더더기를 넣고 싶지 않아 머리카락마저도 없앴죠."
인체 작업은 원광대 졸업 후부터. "걸어가는 뒷모습만 봐도 인생이 느껴진다"는 그는 "뒷모습이 더 진실한 내면의 표정 같다"고 했다. 얼굴은 억지로 웃을 수도 있고 꾸밀 수도 있지만, 뒷모습은 가식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인체의 모든 표정이 손에 다 있다고 여겨 손만 집중해서 그린 적도 있다.
'침묵''독백''대화'…. 그림이 너무 어둡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밝은 그림 좀 그려보라는 재촉이겠지만, 아직은 젊어서인지 굳이 밝게 그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어쩌면 차분해지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어요. 무엇을 더하거나 빼지 않는,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는 캔버스가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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