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과 너무 다른 정서…아이독촉 부담되고 살빠진 남편 내 탓 억울
슬슬 울렁증이 생긴다 싶더니, 추석이다. 설 지낸 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추석이라니…. 물론, 엄마와 딸 보다 더 친한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10명 중에 1명, 2명 정도? "너는 밥 먹는 게 왜 그러냐"는 어이없는 꼬투리 잡기 부터 "네가 이 집에 와서 한 일이 뭐냐"는 자존심 긁는 이야기까지….
아∼ 누가 믿을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고 했는가? 남편(男便)이 그냥 남편이 아니다. 남편은 일찌감치 '남의 편'의 줄임말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며느리가 뿔났다. 지난 27일 전주한옥마을 찻집 '고신'에서 추석을 앞두고 있는 며느리들이 모였다. 짧게는 결혼 6개월부터 길게는 결혼 4년차 며느리지만, 여전히 시댁이란 말에 긴장부터 하는 새댁들이다.
그래도 이날 모인 새댁들은 시댁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며느리들. 그래서 친구들 이야기에, 친구의 친구 이야기까지, 명절과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는 싹싹 긁어모았다. 그랬더니 결국은 시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이날 만큼은 전국의 시어머니들 귀가 좀 간지러웠을 것 같다.
◆ 전북일보 : 곧 추석인데,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명절 스트레스가 크긴 큰가봐요. 결혼 후 첫 명절은 어떠셨나요?
△ 박영엽 : 저희 시댁은 시골이라 차례를 일찍 지낸다고 하시더라고요. 결혼하고 첫 추석, 나름 일찍 일어난다고 새벽 6시에 일어났는데 벌써 차례를 다 지내고 상을 치우고 계시는 거 있죠. 정말 눈 앞이 캄캄했어요. 형님한테 왜 안깨우셨냐고 살짝 여쭤보니까, 이것도 늦춰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른들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그 때는 오히려 안혼내시니까 더 무서운 거 있죠.
△ 주은주 : (쑥스럽게) 저는 아이를 가지고 결혼을 해서인지, 첫 명절에는 거의 한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 김선주 : 사실 저도 임신 7개월때 결혼했어요. 임신하면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는 며느리들도 있다고 하던데, 만약 제가 시어머니 입장이라고 해도 며느리가 임신했다고 안내려온다고 하면 싫을 것 같아요.
저는 막내다 보니 주로 심부름이나 설거지를 하는데요. 설거지도 만만치 않아요. 대식구다 보니 밥 한 번 먹고 나면 설거지 거리가 말그대로 산더미죠.
△ 김소희 : 저는 큰며느리지만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명절 스트레스가 따로 있진 않아요. 결혼 전에 친구가 시어머니가 하는 말은 꼬아서 들으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쉬어라 하면 쉬고, 안해도 된다 하면 안했더니, 정말 편해요. 친정엄마는 너희 시부모님이 상전 모시고 산다고 하실 정도죠.
△ 며느리들 : 대신 시어머니가 눈치보고 계신거 아니에요? (웃음)
◆ 전북일보 : 그래도 애 보랴, 명절 음식 준비하랴, 힘들지 않으세요?
△ 박영엽 : 그래서 애 역할이 중요해요. 일할 때 울면 효녀인데, 반대로 눈치 없이 일하고 있을 때 자고 좀 쉬어볼까 하면 잠에서 깨어나 울 때가 있어요.
△ 며느리들 : 명절 준비 하지 말고 애 보라는 것도 아주 갓난애기일 때나 해당하는 말이에요. 명절에는 일가 친척들이 다 모이다 보니 애 볼 사람도 많아요.
◆ 전북일보 : 그럼 올해 추석은 어떠세요?
△ 김혜나 : 시댁이 전남 순천인데, 아무래도 지역이 다르다 보니 친정과는 정서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친정은 조촐하게 보내는 편인데, 시댁은 대식구가 모여 음식도 전통방식대로 다 하거든요. 전만 해도 큰 채반으로 3개나 부쳐야 하고, 또 굴비를 조리하는 방법도 다르더라고요.
특히 저는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인데다가 어머니 성격도 저랑 많이 다르셔서 혹시라고 부딪칠까봐 걱정이에요. 신랑은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가뜩이나 말씀 없는 시어머니와 어색할까봐 고민이죠.
△ 며느리들 : 맞아요. 누구는 명절 연휴가 짧아서 아쉽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에요.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고 핑계 대고 일찍 출발하기에도 좋잖아요.
△ 박영엽 : 그런데 저희 시어머니는 "올해는 연휴도 짧고 너는 친정도 가까우니까 (연휴) 앞으로 가던지 뒤로 가던지 해라"라고 말씀하시는 거 있죠. 정말 서운해서 신랑한테 말했더니 신랑 왈, "맞는 말 했고만". 속으로 그랬죠. 역시 너도….
◆ 전북일보 : 맞아요. 결혼하고 나면 정말 친정에 가고 싶어도 갈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 김혜나 : 제 남편이 친정을 어려워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날 불편하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일부러 시댁 가자는 말을 안했어요. 그랬더니 뭔가 낌새를 챘는지 하루는 이번 주말에 과일 사가지고 처가에 다녀오자고 먼저 말을 꺼내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과일만 먹고 왔어요.
△ 김소희 : 친정이라고 하면 무조건 편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언니가 한 명 있는데, 저희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친정에 용돈이나 선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친정엄마가 은연중에 언니네와 저희를 비교하는 것 같은 거에요. 그래서 대판 싸웠죠.
◆ 전북일보 : 시댁과 친정 사이에서, 명절 선물도 고민 많으시죠?
△ 김선주 : 저는 막내니까 눈치껏 해요. "형님, 이번 추석에는 선물 뭐하실 거에요?" 혹은 "형님, 뭐해야 돼요?"라고 물어보면서 너무 차이가 나지 않도록 비슷하게 맞추죠. 첫째가 좋은 거 하면, 둘째나 셋째는 그보다 좀 낮은 걸로 하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큰 며느리가 나서주면 편하죠.
△ 김혜나 : 시댁에 선물을 했을 때 고맙다는 인사가 없으면 좀 그렇더라고요. "잘 먹었다" 던가 "잘 쓰고있다" 던가, 형식적으로라도 말씀해 주시면 선물하는 쪽에서는 더 기분이 좋죠.
△ 며느리들 : 용돈이든, 선물이든, 시댁과 친정 모두 무조건 똑같이 해야 돼요.
◆ 전북일보 : 그럼, 명절 때 가장 많이 받는 스트레스는 무엇인가요?
△ 며느리들 : 비교죠. 특히 친척들 앞에서 혼나기라도 하면 정말 자존심 상해요.
△ 주은주 : 저는 딸만 하나 있는데요. 저희 집은 딸이 귀한 집이라 그런 말씀이 없으신데, 다른 집은 아들 낳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 박영엽 : 저는 자리를 잡은 다음에 아이를 낳고 싶어서 결혼하고 1년 반 정도 지나서 아이를 가졌는데, 그 때도 아이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난해에는 딸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명절이라서 시댁에 내려갔는데 벌써 둘째 아들 낳으라고 하시는 거에요. 애 낳은 지 얼마나 됐다고….
◆ 전북일보 :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보고 왜 이렇게 얼굴이 안좋아졌냐며 며느리를 째려보는 시어머니들도 꽤 많다고 하던데요.
△ 박영엽 : 남편이 살이 빠지면 며느리한테 그 화살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체질이란 것도 있잖아요. 애기랑 남편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인데…. 괜히 저만 잘 먹고 다니는 것 같잖아요.
△ 김혜나 : 제 남편도 결혼 후 직장을 바꾸고 적응하는 동안 7∼8kg 정도가 빠졌어요. 그런데 남편이 어머니랑 밥을 먹다가 더워서 땀을 좀 흘렸나봐요.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당장 홍삼을 싸오셔서 "안 먹으려고 해도 잘 챙겨줘라"라고 말씀하시는데, 은근히 신경쓰이더라고요.
△ 주은주 : 시어머니 만나기 전날 밤에 남편에게 라면이라도 끓여 먹이고,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말라고 해야겠네요. (웃음)
△ 며느리들 : 시누이들도 얄미워요. 누가 그러던데 명절에 시누이가 "언니, 저 한과 먹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얼굴을 확 긁어주고 싶대요. 제 동생 같았으면 벌써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라고 했겠지만, 시댁에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명절이 지나고 나면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전화통화량이 부쩍 많아진다고 한다.
"그 아이는 큰며느리인데도 손이 야무지지 못하더라" "둘째는 여우야, 여우. 우리 아들이 잡혀살겠어."
명절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면, 이제 며느리들의 귀가 간지러울 차례다.
※ 리얼토크쇼 '며느리가 뿔났다' 출연며느리
△김선주(26, 전주시 인후동, 육아휴직 중, 결혼 2년차) △김소희(28, 전주시 평화동, 출산휴가 중, 결혼 8개월) △김혜나(31, 완주군 이서, 도서관 사서, 결혼 6개월) △박영엽(31, 전주시 중화산동, 전업주부, 결혼 4년차) △주은주(26, 전주시 인후동, 전업주부, 결혼 3년차)
* 괄호 안은 차례로 나이, 주소, 직업, 결혼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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