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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완판본과 방각본

'전주 간행'+'판매 목적'=고소설 대중화

전라감영 간행 '명의록'(위)과 '두율분운'. (desk@jjan.kr)

▲ 완판본(完板本)

 

완판본은 조선후기(18C 후반∼20C 중엽) 전주에서 간행된 목판본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전라감영뿐만 아니라 일반 서점 및 개인이 간행한 것도 포함된다. 시기적으로 한문본 「구운몽」이 출판된 1803년부터 '양책방(梁冊坊)'이라는 서점이 아동교육용 도서를 출판한 1937년까지 약 140년이며, 활기를 띠었던 시기는 1850년에서 1910년까지 약 60년 동안이었다. 완판본으로 대표되는 전주의 출판·인쇄는 조선시대 수도였던 서울을 제외하고 그 규모가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전라감영에서는 「자치통감강목」, 「주자대전」 등과 같은 유학관련 서적들을 발간하였다. 그 책판들은 전주향교 장판각에 보관되어 오다가 전북대학교 박물관으로 옮겨 보관돼 있다. 당시만 해도 이곳에 보관됐던 책판은 9500여 개에 이르렀지만 자연재해와 조선말의 혼란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많은 양이 손실되었다. 최근 정리사업을 통해 조사된 목판의 수는 10종 5059장에 이른다.

 

일반 서점과 개인들은 유학관련 서적뿐 아니라 수많은 한글 고소설과 판소리계 소설을 발간하였다. 완판본 중에서 「열여춘향슈졀가」나 「심청전」과 같은 한글소설은 전북지역 방언과 국어의 역사를 자세하게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또한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 있어서 당시 널리 유포되었던 경판본과 안성판본의 단조로움보다 더욱 다양한 서체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이 잘 표현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 방각본(坊刻本)

 

방각본은 조선시대 사가(私家)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간행한 책을 말하는데, 목판으로 인쇄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방간본(坊刊本)이라고도 한다. 또한 방각본은 출판의 주체인 판원(板原)에 따라 분류된 명칭의 하나이다. 판원에 따라 분류하면 관청에서 출판한 관본(官本), 개인이 가정에서 출판한 사가본(私家本), 상인인 민간 출판업자가 판매 목적으로 출판한 방각본, 사찰에서 출판한 사찰본(寺刹本)등으로 나누어진다.

 

한국 최초의 방각본은 1541년(중종 36) 명례방에서 간행한 「한서열전(漢書列傳)」이 처음이라고 하나 기록상으로 확인된 것은 1576년 간행된 「고사촬요(攷事撮要)」이다. 방각본은 중국 당나라 때 시작돼 송나라 때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방각본에 의한 출판·인쇄 경향은 임진왜란으로 일시 침체되었다가 17세기 말에 와서 호남지장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17세기 전라도 태인 지방에서 손기조(孫基祖) 전이채(田以采) 박치유(朴致維)등 아전 출신의 인사들이 간행한 책이 호남지방 방각본의 원류가 되었다. 18세기에 들어와 그 주류가 전주지방으로 옮겨와 전주의 방각본을 형성하기에 이르면서 그 담당층이 서리 중인층으로부터 서민 출신의 상공층으로 바뀌어 갔다. 특히 방각본 출판·인쇄물의 특징은 시장성을 전제로 한 한글목판본 소설류이다. 주된 독자층은 서민으로 독자의 기호에 영합하는 오락적인 소설의 출판을 가속화했다는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수의 계층에 안정되어 읽히던 소설을 서민층도 널리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소설작품의 출판을 촉진시켰다는 점에서 소설발달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고전소설의 유통상 필사본의 한계점을 극복하여 그 작품들의 광범한 보급과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

 

/최우중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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