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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⑤영혼의 노래-그레고리오 성가

영원한 안식처처럼…치장 없는 '아름다운 선율'

클래식 음악은 시대에 따라 큰 변화들이 있었다. 아는 만큼 더 친해지는 법. 그 변화들을 알게 되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친근감이 조금 더 생기지 않을까?

 

클래식 음악의 큰 변화들을 여러면으로 살펴볼 수 있겠다. 우선 음악을 만드는 짜임새의 변화를 살펴보면, 클래식 음악도 처음에는 단선율(Monophony·모노포니) 즉 선율이 하나만 있는 음악이었다. 그 당시에 행해진 음악은 다시 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들이 살았던 자리에 있는 벽화나 묘비 등을 통해 제의나 축제 때 단순한 악기와 함께 음악의 흔적을 확인할 뿐이다. 서양 음악의 원천이라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자료는 파편들이 남아 있어서 학자들이 연구를 계속 하고 있고, 카톨릭 교회의 성가인 그레고리오 성가는 예배 의식에 필요한 음악이기에 온전하게 보존돼 있어서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 그레고리오 성가는 물론 단선율이다.

 

그레고리오 성가에 쓰이는 음계는 장조, 단조 음계가 아니고 바탕음이 있고 그 위에 온음 반음을 쌓아가는 선법(Mode) 음악이었다. 선법은 조성 음악이 나타나기 전의 음계라고 할 수 있는 음열 체계이다. 선법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기에 다음 기회로 미룬다.

 

9세기 경부터는 단선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리인 완전 5도 음정이 덧붙혀지면서 다선율(polyphony·폴리포니) 즉 두개의 선율이 함께 노래하는 다성 음악으로 변하고 그 후 성부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까지 정교한 다선율 음악-대위법적 음악이 행해지는 것이다.

 

16세기 말경에는 다성음악에 임시 기호들이 자주 사용되며 선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성음악 즉 장조, 단조 음계를 사용하는 음악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짜임새의 구조도 화성적 음악(Homophony·호모포니)이 되는 것이다. 소리들이 동시에 울리면서 아름다운 화음(Harmony)을 이루기 때문에 화성적 음악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각 성부 선율이 독립적으로 서로 다르게 움직이면서 조화된 음악을 이루는 대위법 음악이었다.

 

바로크 시대의 바흐와 헨델은 같은 해, 같은 나라 독일에서 태어난 음악가이지만, 바흐는 다성 음악과 화성 음악을 섬세하게 조화시키며 작곡했고, 헨델은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음악을 접한 후 영국에 정착하면서 아름다운 화성 음악을 많이 창작했다.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의 고전 시대에도 화성 음악을 작곡했으며, 낭만주의 시대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등 수많은 음악가들도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을 추구했을지 언정 근본적인 짜임새 구조는 화성적 바탕 위에 작곡했다.

 

19세기 말 낭만주의 후기에 바그너에게서 새로운 큰 변화가 나타난다. 조성을 숨기거나 동시에 여러 조를 함께 사용하는 복조(Polytonal)음악을 작곡하며 화성음악의 범주를 벗어나고 싶어했던 것이다. 급기야 20세기 쇤베르크는 12개 반음이 똑같이 독립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12음 음악을 내놓아 조성음악, 화성음악은 이제 과거의 음악이 됐고, 조성이 없는 음악-무조음악(Atonal)시대가 됐다. 이후 새로운 창작 모색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19세기 말부터는 엄격한 장조, 단조 음계의 음악이 아닌 것이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중심 역할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21세기인 지금은 모든 소리를 음악 소재로 사용하는 구체 음악, 우연히 파생되는 소리 내지 음향을 작품화한 우연 음악, 짧은 선율을 계속 반복하는 미니멀 음악, 전자기기를 사용해 음악을 만드는 전자 음악 등 새로운 창작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음악이 수없이 많다. 물론 전통 기법에 의한 음악도 있고 재즈 음악도 있다. 그래서 현대는 모든 음악이 공존해 있는 시대인 것이다. 오히려 클래식 음악을 더 어렵게 느끼게 했는가?

 

부족한 인간이 신을 찬미하는 것은 당연한 일. 군더더기 한 점 없는 찬미의 노래 -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어보면 어떨까? 카톨릭 성가지만 종교를 생각 안해도 된다. 치장 없는 노래 - 단선율의 그레고리오 성가를 듣노라면 '올바르게 살게 하소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변화했을 뿐이지 발전한 게 아니다. 영혼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그레고리오 성가는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영혼의 노래인 것이다. 인간이 가진 게 뭐가 있겠는가? 인간이 아는 게 뭐가 있겠는가? '욕심부리지 않고 정성껏 살게 하소서' 하고 바래는 것이다.

 

유흥이 넘치는 시대. 21세기인 지금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으면 더 올바른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지지 않을까?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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