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역사박물관서 토론회…넉넉함·포용력·선비정신등 다양한 의견 눈길
전통문화 중심도시 전주, 유구한 역사에 담겨진 얼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녹아있는 정신은 무엇일까.
지역을 대표하는 원로학자와 젊은 연구자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전주가 갖고 있는 정신적 가치를 이야기했다. 14일 오후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전주정신 대토론회'는 전주와 전주사람, 그리고 역사를 관통해 온 지역정신을 반추하는 자리였다.
기조발제에 나선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은 전주정신을 '저항과 풍류'로 집약했다. 소설가 최명희도 '혼불'에서 전주를 '꽃심을 지닌 저항과 풍류의 도시'라고 했다.
장 전 총장은 "전주사람들은 외적의 침입과 왕정의 폭정에 저항해왔다"면서 "또한 반역향으로 몰렸던 한(恨)에서 발생된 판소리를 대사습놀이 풍류잔치로 만들었고, 곰삭은 음식 맛을 즐겼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과 동학농민혁명 등에서 저항정신이 드러났고, 판소리와 음식에서 문화창조적인 전주사람의 풍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론에 나선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지역의 역사적 특질을 관통하는 전주정신을 '넉넉함과 포용력'으로 풀었고, 이태영 전북대 교수는 선비정신과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상상력의 세계관에 주목했다.
그러나 전주정신을 명료하게 집약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또 단시일내에 정립되지도 않는다. 도시의 역사와 그 역사를 영위했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정리하는 작업은 몇몇 연구자의 주장에 의해 결정될 수 없다. 주민들의 공감이 필요한 만큼, 시대에 따라 재정립될 수도 있다.
'전주정신 정립 방안'은 홍성덕 전주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통해 제시했다.
홍교수는 전주정신 정립의 의미를 "다른 도시와 차별화 된 삶의 방식과 시대적 변화의 이면에 흐르는 주민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밝히고 개념화함으로써 '전주는 어떤 도시인가'에 답하는 작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주정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규명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결국 인위적 정제과정을 통해 정립되고 교육되어야 할 '선도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단지 전주정신을 정립하는 단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 새로운 도시전략 개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교수는 전주정신을 올바르게 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충실한 지역연구 △지역의 역사·문화적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개념화작업 △주제별 백가쟁명식 논의 △대중들과의 소통을 들었다.
그는 또 "전주는 패배자의 역사로 기억된다. 끝없는 희생을 강요당해야 했던 곳간지기의 삶은 소외와 낙후·차별 등 자조적 비판으로 이어졌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대립적 구도보다는 미래 지향적 이미지로서 '상생과 해원(解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서는 이상균 교수(전주대)가 전주정신의 근원을 청동기시대까지 소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송화섭 교수(전주대)는 전주사람들이 어떠한 유형의 온전한 고을을 조성하려 했는지에 천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10회 전주학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전주학 연구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주역사박물관과 전주학추진위원회·전주시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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