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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주·완주 상생통합 이제부터 시작 - 최형재

최형재(전라북도 갈등조정협의회 사무처장)

 

예상했던 대로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전주완주 통합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전주시민이 88%라는 압도적인 통합의지를 보였지만, 완주군민 64%가 반대의사를 표시해 통합이 무산됐다.

 

통합에 찬성했던 주민들은 지역발전의 호기를 차버린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고, 반대했던 세력은 안도의 한 숨을 쉬며 오랜만에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제안하면서 불이 붙었지만 사실 17년 동안 전주완주 통합문제는 양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였고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논의가 진전되거나 상호 소통되지 못하고 각자의 메아리로만 남고 말았다.

 

이번에는 형식적으로는 지자체와 의회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민간단체 주도의 통합운동이 되면서 양상이 달라졌고 한층 기대를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다보니 찬성과 반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전주와 완주는 통합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이 기 싸움을 벌여 갈등이 증폭되었다.

 

양쪽 민간단체가 감정섞인 논쟁이 있었고, 법적 분쟁까지도 불사할 정도였다. 서로의 주장을 이해하려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기에 급급했고 논리적 접근보다는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부질없는 일은 아니었다. 주민들이 통합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고, 이해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따지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전적으로 전주완주 통합문제를 지역의 주요 의제로 만들어 앞장서 활동해온 분들의 공이라 할 수 있다.

 

결과가 찬성측은 안타깝게 되었고, 반대 측에서는 환영할 만하게 나왔지만 여기서 완전히 끝날 일은 아니기에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

 

반대의사를 보여 온 완주군민도 언젠가는 통합이 될 것이고,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조는 참모 곽가의 건의로 오환을 정벌하려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했으나 이를 무릅쓰고 정벌에 성공하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조조는 오환 출정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모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다들 영문을 모르고 두려워 할 때 "여러분들의 반대와 충고로 만전의 계획을 세운 덕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며 그들에게 상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찬성했던 시민들은 반대한 시민을 원망의 눈초리로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의 주장을 겸허히 받아들여 만전의 준비를 하는 자양분으로 삼아야하고, 반대했던 시민들은 조그만 전투에서의 승리에 만족하여 전쟁에서 지는 누를 범하지 않기 위해 상생의 길을 찾도록 해야 한다.

 

과연 그 길은 어느 길인가? 왕도는 없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전주완주통합 무산이 잘되었는지 모른다. 이제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것도 전주완주가 같이 준비해야 한다.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큰 그림을 같이 그려야 하며 통합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주도하는 세력이 고민하여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지역적 특징을 고려하여 쌍방향의 의사 소통이 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이번에도 확인 되었지만 단체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지금의 환경에서는 단체장의 의지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각으로 단체장을 견제 할 수 있을 때 주요 현안을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정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2014년 전에 통합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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