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문화 전북도協, 내달 3일까지 전주시민갤러리서 '소풍전'
부목을 덧댄 파키라, 큼지막한 것(?)을 보고 시원해하며 줄행랑 치는 소, 윤회를 담은 연꽃.
12월 3일까지 전주 덕진공원 내 시민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전북도협회의 '소풍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모여 그림으로 하나된 세상을 꿈꾸는 전시다. 소풍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읊었던 천상병 시인의 '귀천' 속 시구에 가깝다. 장애로 인한 삶은 더 이상 굴레가 아닌, 소풍처럼 아름다운 나들이라는 뜻. 전해진 장애인문화협회 전북도협회장이 기획하고, 서양화가 이문수씨의 지도로 지난 7월부터 한마음미술교실이 꾸려져 매주 구 도청 내 척수장애인협회 사무실을 임시로 빌려 수요일과 목요일 수업이 진행돼 왔다.
모두 붓을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마추어 작가들. 장애로, 밥벌이로 인해 그림 그리기는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열의는 높았다.
전해진 회장은 "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대다수가 예술교육을 치유의 수단으로 접근하지만, 이들의 해소되지 못한 욕구를 분출할 수 있도록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회원들에겐 캔버스는 망망대해였다. 이씨는 이들에게 미술 이론을 설명하기 보다 떠오르는 대로 아무 것이나 그려 볼 것을 권유했다. "화면에 두려움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는 이씨는 "지속하는 것과 즐기는 게 가장 좋은 지도 방법"이라고 했다.
회원 김쌍순씨는 "가지가 부러진 파키라를 보고 '불완전골형성증'으로 다리가 자주 부러졌던 나를 떠올렸다"며 "부목을 대가며 정성껏 가꿨던 파키라를 담았다"고 말했다.
한 점 한 점이 불후의 명작과 버금가게 소중한 작품들이다. 이씨는 "이렇게 그리다보니 미술 실력만 느는 게 아니라 생각과 표현력도 함께 늘었다"며 "화가들처럼 그림 밑에 낙관도 쓰게 했다"고 했다.
'소외없는 풍요로운 세상 만들기'를 지향하는 이번 전시 취지에 공감한 화가 김성민 박인현 박진영 송재명 윤철규 이문수 이주리 이철규 전해진 최만식 홍순무씨 등도 각기 한점씩 냈다. 미대 진학을 꿈꾸는 청소년들도 지인의 소개로 전시에 동참,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뜻을 보탰다.
전 회장은 "내년에도 한마음미술교실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며 "뜻을 함께 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문화관광체육부 문예진흥기금에 선정, '사계절 문화 나눔 사업' 일환으로 이뤄졌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