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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화가 이만익의 '휴머니즘 예찬'

12.3~20 갤러리 현대 강남에서 전시

뚜렷하고 간결한 윤곽선과 단순화된 형태, 토속적 색채 속에 우리 역사 속 인물과 설화의 이야기를 그려온 이만익(71) 화백이 내달 3일부터 강남구 신사동의 갤러리 현대에서 '휴머니즘 예찬'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3년 만의 개인전을 앞두고 강남구 신사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 화백은 "요즘의 그림에는 휴머니즘이 없는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휴머니즘이라는게 뭔가요. 휴머니즘이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외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가 보기엔 요즘의 그림에는 휴머니즘이 사라지고 인간은 조롱과 비하의 대상이 돼 버렸어요. 현대미술은 너무 인간을 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가면 너무 살벌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 이름을 '휴머니즘 예찬'으로 붙였어요. 옛 작품 중에서는 휴머니즘 성격이 강한 것을 골랐고, 신작은 휴머니즘을 주제로 그렸습니다"

 

진한 윤곽선과 강한 토속적 색채의 대비로 대표되는 이만익 특유의 화법은 파리 유학 시절에 정착된 것이다.

 

"35살 때 프랑스로 건너갔는데 그때 처음 대가들의 원화를 보게 됐어요. 작품을 보니 다 자기 세계가 있고 개성이 있더군요. 그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이전에 그렸던 아카데믹한 그림들에는 내가 없고 '남의 냄새'가 나더라구요. 고민하다 생각한게 '우리'였어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래서 한국적인 정한을 내 모티브로 잡아보자고 했고 그러다 내용과 양식이 맞아떨어진 게 1978년이에요"

 

 

이번 전시에는 설화나 역사 속 인물 등 기존의 한국적인 주제 외에 세계의 문학과 음악 속 인물 등으로 소재를 넓힌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톨스토이의 동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천사 미하일과 '바보 이반' 속 이반,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첫 부분에 등장하는 표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좋아하는 시를 외우며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의 작업실 책장에는 그림 관련 책 대신 시집이나 문학 계간지들이 빼곡하다. 그래서인지 국내 작가의 시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많다. 백발노인이 등장하는 '초인'은 이육사의 시 '광야'에 등장하는 초인을, 눈 내리는 나무 밑에 앉은 인물을 그린 '삼수갑산 가는 고개의 길'은 김소월의 시 '산'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다.

 

소재는 다양해졌지만 이만익 특유의 화법은 변함이 없다.

 

"사인(서명)이 없어도 내 그림이라고 알아볼 수 있게 된 게 1978년 무렵이에요. 그걸 이어가면서 주제의 폭은 넓혀보자 한거에요. 그림 그리는 사람은 틀에 묶이기 마련이지만 저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이 나이에 새 사람이 될 수는 없잖아요. 큰 욕심은 이제 없어요. 그냥 지금의 틀 속에서 조금만 더 나답고 멋진 그림을 그리는게 앞으로의 소망이에요"

 

다음 달 20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서는 500호 크기의 '팔상도'와 '나그네 예수' 등 종교적 소재의 그림 등 신작을 중심으로, 1993년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에 출품된 '고향으로 가는 가족'과 뮤지컬 '명성황후' 포스터의 원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로 쓰였던 '유화 자매도' 등 구작까지 60여점을 볼 수 있다.☎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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