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소리축제…풀리지 않는 국악원 문제
신종플루 영향으로 된서리를 맞은 분야는 문화예술 중에서도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이다. 영화나 연극을 보기 위해 극장과 소극장은 가더라도 연주회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발길은 끊겼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이 얼마나 얇은 관객층으로 버텨왔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 한 해 음악계에서는 세분화된 장르를 넘어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물론, 이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또한 노동부가 지원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발굴을 위한 일자리 창출사업'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공연단체들의 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 진퇴양난에 빠진 소리축제
올 한 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말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임기를 남겨놓고 사퇴한 안숙선 조직위원장 자리에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임명되는 등 조직위원회 구성을 새로하고 총감독제를 예술감독제로 바꾸면서 뒤늦게 새판을 짜긴 짰지만, 결국 신종플루로 인해 축제가 취소됐기 때문.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공연이 취소되면서 문화계는 물론, 지역 경제에도 미친 영향이 컸다. 전남 구례에 '동편소리축제'가 신설되면서 판소리를 내세운 정통 국악 축제로서 위기의식은 더욱 높아졌다.
또 잔여임기만을 맡기로 한 김 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사무국 직원들의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1년만에 다시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 처지에 처했다.
그러나 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기획한 대형공연 '광대의 노래'는 이 시대 최고 명인명창 80여명을 한자리에 모아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음악사에 남을 역사가 됐다.
▲ 풀리지 않는 국악원 문제
노사갈등, 공연예산 삭감 등 해를 넘긴 전북도립국악원 문제는 노조 조합원이 국악원 내에서 목숨을 끊으면서 절정에 달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도립국악원은 하반기 들어서면서 부터 전북도립국악원 발전을 위한 세미나, 3개 예술단 정기연주회, 인사 조치에 대한 환원 인사 등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며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은 이미 남원을 떠난 특정 인사를 중심으로 한 과거 갈등이 뒤늦게 투서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3년 가까이 공석 상태인 정읍사시립국악단 국악장은 올해 공모를 실시하기는 했지만 적임자가 없다며 선발하지 않아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 음악계에도 사회적 기업 '붐'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국악 전공자들을 감당하지 못했던 국악계는 올해 노동부가 지원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발굴을 위한 일자리 창출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사단법인 마당의 공연단 마실과 천년지향 나니레가 대표적. 이러한 움직임은 서양음악계도 마찬가지로, 사단법인 호남오페라단이 같은 사업을 통해 문화나눔단을 꾸려 문화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복지 일환으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선정된 일부 단체가 부실운영으로 지원이 취소되는 등 예비 단계에 선정된 문화예술단체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다른 분야에 비해 뒤늦게 사회적 기업 개념을 받아들인 문화예술계가 정작 공연으로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고, 예비 단계에서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용 유지가 쉽지 않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 오페라의 다양한 실험
'하이든 서거 200주기' '헨델 서거 250주기'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올해, 대가들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연주회들이 많았다.
올해 역시 서양음악에서는 오페라 공연들이 돋보였으며, 이 무대를 통해 지역의 신인 음악가들이 대거 발굴되기도 했다. 경제 침체로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창작오페라가 줄고 소극장 오페라나 1인 창작오페라 등으로 규모가 작아진 것이 특징. 도내에서 처음으로 소극장 오페를 올렸던 전주오페라단이 뮤지컬 '카르멘'을 올리고 뮤직씨어터 슈바빙의 오페라 '광대'가 한국의 인형극적 연기양식과 무대를 차용하는 등 오페라의 뮤지컬화, 오페라의 한국적 수용이 눈에 띄었다.
호남오페라단은 운영위원회를 출범, 지역에서 오페라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모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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