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7:4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일반기사

[문화마주보기] 20년만에 새로 꾸는 꿈 - 이명훈

이명훈(고창농악보존회 회장)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어디 강산만 변하겠는가? 사람의 마음도 사람의 꿈의 현실에 맞게 변한다. 변한다기 보다는 꿈을 이루어가는 방향이 현실과 타협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변하기를 두 번. 20년이 흘렀다. 아니 벌써?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앞으로 갈 길도 보인다. 호랑이 새해 첫날부터 웬 넋두리인가 싶다. 기축년을 보내고 경인년을 맞이하면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스무 살에 시작된 굿 인생은 마흔이 될 때까지 끝없는 다리 놓기의 연속이었다. 20년 동안 만들어진 다리는 아주 단단했다, 혼자 놓은 다리가 아니고 수십 명 수천 명이 함께 놓은 다리이기에. 오늘도 그 다리를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공연도 하고, 교육도 하고, 체험도 하면서 말이다. 그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일 또한 다리 놓는 일의 연속이다. 그들이 먼 훗날에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다리를 완성시킬 것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그 다리의 끝에 서서 뒤 돌아보니 예술가로서의 내가 없다.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정신없이 달려온 삶이었던가? 그 다리는 개인적인 꿈이 아니고 함께 한 모든 사람들과 만들어낸 꿈이었던 것이다. 걸어 온 길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지역의 굿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 그리고 책임감이 나와 함께 굿 동지들을 키워왔는데, 조금이라도 힘들다고 내비치거나 함께 하자고 하면 '예술은 배고픈 것이여' '당신들이 좋아서 하는 일 아니냐?' 라며 문화적 책임을 외면하는, 문화 예술과 거리가 먼 타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중심적인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우뚝 일어서는 힘은 같이 굿을 치는 사람들과 멀리서 묵묵히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에게서 받는다.

 

2010년 새해, 20년 만에 새로운 꿈을 꾸기로 다짐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따라잡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잡지 못한다.'라는 명언이 있듯이 그동안 천재는 아니었지만 노력하는 삶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즐기는 삶을 살기로…. 흥청망청 즐기자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삶을 즐기자는 것이다.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내 안에 쌓여 있어야 하고 오감이 그대로 열려 있어야 한다. 오감 열기와 온 몸으로 표현해내는 피나는 시간들을 딛고 20년 동안 튼튼하게 만들어 온 다리 위에서 멍석을 깔고 곡예를 하듯이 춤을 추는 것이다. 다리 위의 진정한 아름다운 잽이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견뎌 내면서 가야 하는 길이다. 스스로는 외롭겠지만 결국은 모두와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꿈인 것 같지만 그동안 내가 꾸어 온 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행복하게 맞는 경인년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또렷이 보이기에….

 

/이명훈(고창농악보존회 회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