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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을 연기하게 돼 영광"…책임감도

션 리차드, 수십 대 일 경쟁률 뚫고 SBS '제중원' 캐스팅

1890년대 한국에 온 미국인 의사 알렌(1858-1952)도 아마 그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26살의 미국인 청년이 난데없이 수염을 붙이고 어려운 한자어를 쓰고 문경, 제천 등 지방을 돌아다니며 사극을 촬영하는 기분은 낯설고도 신기한 경험이다.

 

SBS TV 사극 '제중원'에서 알렌 역을 맡고 있는 션 리차드는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며 씩 웃었다.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알렌 역을 맡은 그는 그야말로 생짜 신인이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과 함께 연기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그는 '제중원'에 출연하기 전까지 실전 경험이 전무했다. 그런 그가 한국말도 할 줄 모르면서 2008년 배우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용감무쌍하게 건너온 사연을 들어봤다.

 

"아버지가 영국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이세요. 부모님은 지금 로스앤젤레스에 계시고요. 어머니가 한국인이지만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지 않아 2008년 8월 한국에 올 때까지는 한국말을 할 줄 몰랐어요. 여기 와서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익혔죠. 한국어는 몰랐지만 어머니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저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한국을 경험하고 싶었고요. 연기만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한국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었어요."

 

그는 지금 소속사 관계자와 미국에서 인연을 맺은 덕분에 '제중원' 오디션에 응시할 수 있었다.

 

"다행히 오디션은 영어로 봤어요. '햄릿'의 독백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감동받으신 것 같아요. 알렌 역도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기 때문에 제 한국어가 좀 부족해도 양해가 되는 거고요. 한국말로 연기하려니 대사 외우고, 발음에 신경 쓰느라 할 일이 많아요. 하지만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더구나 사극이잖아요. 수염 붙이고 분장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려요. 며칠 전에는 고종에게 '지엄한 하명을 받잡겠나이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어려워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나 싶고 제가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알렌 역에 캐스팅된 후 '알렌 다이어리'를 읽었다는 그는 "알렌을 연기하게 돼 큰 영광이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역사적으로 한국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인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의사로서 수술 장면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좀 징그럽긴 하지만.(웃음) 알렌이 눈앞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살릴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의사라는 점도 좋아요. 이 드라마에 캐스팅된 후 드라마 '허준'도 참고로 많이 봤어요."

 

그의 끼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 젊은 시절 그의 아버지는 영국 런던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어머니는 미국에서 모델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지금 두 분은 전혀 다른 일을 하시는데, 제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하세요. 로스앤젤레스 비디오샵에 가면 '제중원'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다며 자랑스러워하세요. 제가 한국에 와서 한국말로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한가 봐요."

 

그는 "'제중원'을 만난 이후 지난 6개월간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며 "신기한 외국인 배우가 아니라 연기 잘하는 외국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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