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그간 단체전만 나가면 죽을 쑤던 박지은 9단이 막판 파죽의 4연승으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제8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에서 한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여자 이창호'란 닉네임에 걸맞게 4판 모두 월등한 기량을 뽐내며, 한국여성의 매서운 맛을 만천하에 알렸다. 오랜만에 그녀의 힘으로 이룩한 단체전 우승이라, 필자는 보는 내내 그녀의 손길에 숨을 죽이고 바둑의 오묘한 심연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이창호 9단이 있었기에, 농심배 대회 6연패 또한 단체전 14연승의 불패기록이 자연스레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필자가 꾸준히 제기해 온), 전주시가 주도적으로 이창호 기념관 건립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조만간 기념관의 추진방안이나 사업방안 등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관광산업과 연계한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창호 기념관 정도로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횡적인 사업추진은 다소 미흡하다. 보다 융합적이고 통섭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바둑은 세계 속에 한국의 긍정적이고 다이내믹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문화상품이며, 바둑 인구가 천만을 넘어서는 대표적인 문화 레저 활동이다. 한국바둑이 국내 바둑에 뿌리 내릴 수 있게 선각자의 역할을 담당한 영원한 한국 바둑의 대부 조남철의 생가가 부안 줄포면이고, 현존 세계최강이라는 한국바둑의 힘을 여전히 보여주는 '천하제일인' 이창호 생가가 전주이며, 그의 스승인 조훈현과 맞수인 이세돌도 전남출신이다. 그들 모두를 아우르는 기념관을, 아니 '바둑 영상체험 테마파크'의 건립을 고려해보자. 무주에 유치된 태권도 성지공원처럼 바둑 테마파크를 통해 한국바둑의 성지로서의 전주 이미지를 글로벌화하고, 전주의 품격을 높이자. 전통문화중심도시인 전주이미지에 걸맞는 한국 토종 순장바둑의 보존 및 우수성을 알리고, 전통문화 콘텐츠 소스로서 활용 가능한 바둑을 영상과 연계하여 마케팅 전략화하자. 또한 최근 신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바둑과 게임이 결합된 바투관련 사업도 필요하다.
과연 조그만 우리 고장에서 가능할까라는 의문부호를 던지기 전에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우리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해보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기원의 문을 두드리고, 민간유치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보자. 오늘날 E-sport와 함께 대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홍보수단이 바로 바둑이다. LG배, 삼성화재배, 농심신라면배, 맥심커피배 등등 대기업과 바둑간의 긴밀한 파트너쉽은 우리의 사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바둑의 메카 '전주'의 깃발을 드높여, 보다 원대한 꿈을 우리 고장 전주에 펼쳐보자.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하는 물음표를 '해냈다!'는 느낌표로 바꿔보자.(인터러뱅) "어떻게 이런 엉뚱한 생각을 다했지?!" "세상에 그런 희한한 장소가 있다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도록 노력해 보자. "문화를 아는 것이 곧 국력이다"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처럼, 우리만의 바둑 콘텐츠를 우리 전주가 선점하여 문화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해보면 어떨까 또 다시 필자는 물음표를 떠올린다.
/김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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