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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으로 학문 지형 바꾼다

개인 문집 등 3천700권 30년 걸려 번역

"개인 문집 등 일반고전은 연간 20책 정도 번역하고 있는데 이를 연간 120책으로 늘린다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번역물이 나오면 관련 분야의 연구가 확산되고 대중적 활용이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한문희 한국고전번역원 기획사업팀장은 번역원이 100년 이상 걸릴 주요 한문고전의 번역을 30년 안에 마무리하겠다며 최근 공고한 '권역별 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에 대해 15일 이같이 평가했다.

 

고전 번역은 고단한 작업이다. 본격적인 번역에 앞서 원문의 오류를 바로잡아 정본을 확정하고, 끊어 읽기가 없는 한문의 의미를 구분할 수 있도록 마침표를 찍거나 인명, 지명 등을 기호로 표시하는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개인 문집이나 철학, 역사, 과학서 등 일반고전은 연간 20책을 번역하는 수준인데 3천700여책이 번역되지 않은 상태라 이대로라면 100년이 훨씬 넘게 걸린다.

 

 

◆ 거점 연구소 20곳, 연간 120책 번역

 

고전번역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고전번역원은 이제까지 자체적으로 해온 번역을 전국 각 지역에서 선정한 번역 거점 연구소에 맡겨 장기 계획으로 번역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에서 전국은 수도권, 중부권(강원,충청), 영남권, 호남권(제주 포함)의 4개 권역으로 나눈다. 올해는 21억원을 들여 전국에서 중형 연구소 6곳과 소형 연구소 4곳을 선정해 번역서 48책을 펴낼 계획이며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2012년부터는 20개 거점 연구소에서 140명의 고전 번역 인력을 확보해 연간 120책을 번역할 계획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미번역 일반고전은 30년 정도면 번역이 끝나게 된다.

 

거점 연구소별로 4~7명의 연구인력이 번역을 전담하게 된다. 필요할 때 지역의 원로 한학자에게 자문을 하거나 대학 고전 관련 학과와 연계할 수도 있다.

 

유학자 등이 남긴 개인 문집이 주 번역대상인데 문집을 쓴 인물의 출신 지역 연구소에서 번역을 담당하게 된다.

 

고전번역원은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전국적으로 고전 번역 인력층을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중적 고전 활용 대폭 늘 것

 

한문희 팀장은 번역물이 학술 연구와 창작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1971년 시작해 1993년에야 번역이 끝난 '조선왕조실록'의 예를 들었다.

 

그는 "실록에는 500년간의 천문기상 정보가 정확하게 기록돼 있는데 실록이 번역되자 천문ㆍ기상 연구 결과물이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허준', '대장금', '왕의 남자' 등 실록에 짤막하게 언급된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도 쏟아져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 문집은 실록보다 더 대단하다.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문집을 원문으로 보는 사람들은 전문 연구자로 극히 제한돼 있는데 번역이 되면 연구 성과도 늘어나고 문화계 종사자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생 출신 거상으로 흉년에 사재를 내놓아 제주도 백성을 구한 김만덕에 대해 실록에는 3줄 정도로 짧게 적혀있지만 어느 선비는 자신의 문집에 금강산에서 만덕을 본 사실을 남기고 있어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고전번역원은 번역이 끝날 때마다 평가와 검증 작업을 거쳐 책을 출간한다. 또 책 출간 이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일반인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신승운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장은 고전번역원의 사업안에 대해 "기존 번역 인력의 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인력을 기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예산이 끊기거나 하면 사업이 예정대로 안 될 수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일부 부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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