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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어진 구본 왜 발굴해야 하나

더 늦기 전 보존처리·연구 필요…전주 봉안 600주년 되는 올해 적기

경기전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 구본(御眞 舊本) 발굴은 태조 어진의 원형을 찾는 작업이자 조선 왕조의 본향으로서 전주 역사의 원형을 회복하는 일이다. (본보 2009년 2월 23일 1면·5면)

 

특히 전주가 조선 왕조의 발상지임을 기념하여 태조 어진을 전주에 봉안한 지 600주년이 되는 올해가 적기로, 이를 발굴해 올 가을 개관하는 유물전시관에 보관한다면 전주의 역사문화자원을 확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발굴 과정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전주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귀중한 유물이 땅 속에서 더 훼손되기 전에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본보가 '태조 어진 전주 봉안 600년, 원본을 찾자'를 기획·보도하면서 구본 발굴 작업을 포함, 태조 어진 전주 봉안 600년 기념 사업 준비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구본 발굴을 추진하려다가 중단했던 전주시가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 전문가들은 "땅 속에 묻힌 지 138년이 지난 지금, 더 늦기 전에 구본을 발굴해 이에 대한 보존처리와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구본 발굴이 지속적으로 논의되면서 도굴의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전주시는 2007년 8월 문화재청에 경기전 본전 후원 600㎡를 대상으로 매장유물 발굴을 위한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냈지만,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 심의결과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며 이를 반려한 바 있다.

 

경기전에 어진 구본이 묻혀있을 것이라는 역사적 근거는 충분하다. 「조선왕조실록」 고종 9년(1872년) 기사에 따르면, '경기전의 구본은 신본을 모신 후에 세초하여 본 전각의 북쪽 섬돌 가에 매안(埋安)했다'는 내용이 나와있다. 태조 어진을 모사한 행사의 기록이란 점에서 의의가 큰 「어진이모도감청의궤」에도 '어진 구본은 1872년 9월 27일에 세초하여 백자항에 넣어 본전 북계상에 매안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일성록」 고종 9년 10월 7일 기사에도 '신본을 먼저 봉안하고, 고안제를 한 후에 구본은 돌돌 말아서 봉안하는데 세초하고, 또한 본전의 북쪽계단에 매안하는데, 박석으로 둘러 이를 쌓았다'고 적혀있다. 폐쇄공간인 경기전 본원 후원 등을 대상으로 지질탐색을 벌여 4곳에 매장 의심물체가 감지됐다는 결과도 이미 확보하고 있다.

 

현재까지 논란이 되는 것은 구본을 어떻게 묻었냐에 대한 해석. 비단에 그려진 그림 자국을 물로 씻어냈을 것이라는 주장과 태워서 그 재를 묻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둘 다 백자항아리에 넣어 경기전에 묻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에 씻어 묻었든 불에 태워서 묻었든 어진 구본을 담은 백자항아리가 발굴만 된다면야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어진 매안과 관련된 중요 유물이나 관련 기록물 등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럴 경우 조선시대 어진의 세초와 매안의 전체 과정을 처음으로 밝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진 구본을 담을 정도면 명품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내비쳤다. 설사 구본이 나오지 않더라도 역사적 기록을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언기 전주시 전통문화국장은 "구본 발굴은 태조 어진과 전주의 정체성을 밝혀내는 일"이라며 "올해 어진 봉안 600주년의 의미를 살려 반드시 구본 발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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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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