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 역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일에서 출발한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전라남도의 목포시를 다녀왔다. 1박 2일 동안 목포시의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목포시를 둘러보는 동안 함께 다니던 분들이 감탄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 어떤 도시보다 길거리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항구도시 하면 비릿한 냄새와 그만큼 지저분한 거리를 연상하는데 비릿한 냄새는 어쩔 수 없었지만 길거리는 마치 일본의 어느 도시를 다니는 것처럼 매우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우리의 선입견과는 다른 거리 환경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우리는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의견을 두고 토론한 결과 그 답을 거리에 과할 만큼 비치된 쓰레기통에서 찾았다(쓰레기통조차 거의 깨끗이 비어 있었다.). 다니는 곳마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비치되어 있었고, 그 쓰레기통을 수시로 비워낸 것이다. 이 정도되니 거리에 함부로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정도였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언젠가부터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슬그머니 거리의 쓰레기통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며, 거리의 쓰레기통에 가정의 쓰레기까지 가져다 버리는 얌체족들 때문에 쓰레기 처리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그 결과 거리는 어떻게 되었는가? 거리에 쓰레기통을 다시 가져다 놓자. 물론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하는 것이 옳고, 얌체족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선량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생겨난 쓰레기를 계속 들고 다니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특히 한옥마을과 시내 쇼핑가 등 외지의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반드시 쓰레기통을 설치하자. 한옥마을에서 사먹은 과자 빈 봉지를 자기 집까지 가져 가라면 지켜질 일인가.
또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재떨이도 만들자. 아예 흡연장소를 만들면 더 좋은 일이고. 거리의 일정 공간을 정해 재떨이도 설치하고, 흡연자를 위한 흡연 공간이라는 표시도 해두면 보행 중 흡연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정된 장소에서 흡연할테니 안전사고도 예방이 되고, 또 담배꽁초를 여기저기에 숨기듯 버리는 일도 없을 것 아닌가. 특히 한옥마을은 목조건물이 많아 더더욱 담뱃불로 인한 사고의 위험이 크니 야외 흡연공간을 정해 서로가 맘 편하게 지내게 하자(쓰레기통과 흡연공간은 공공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산뜻하게 연출한다면 더더욱 거리 환경이 좋아질 것이다).
길거리에 쓰레기통을 놓아둔다는 것이 관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쓰레기통을 수시로 비워야 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통해 얻는 것도 크다. 우선 깨끗하고 청정한 거리 환경과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편의, 그리고 무엇보다도 쓰레기를 숨겨 버리면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 온 시민을 떳떳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 그것이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