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의 평범한 목사에게 어느 날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의 청년이 찾아온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청년은 지구 밖 세상을 경험시켜주겠다고 제안하고 목사는 이를 받아들여 아내와 함께 외계 여행을 떠난다.
작가 한차현(40) 씨의 네 번째 장편소설 '변신'(문이당 펴냄)은 이처럼 목사 부부의 범상치 않은 우주여행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우주인과 시공간 여행자, 사이비 교주가 등장하는 개성 강한 SF 소설에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외계 행성에 도착한 목사는 기독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펠커교를 접하고 이를 맹신하게 된 아내는 그곳에 남는다. 목사는 외계 여행 후 교회에서 징계를 받는 등 위기 속에서 새로운 종교를 창시한다.
무대가 외계로 확대된 이 소설은 겉보기에는 가볍고 발칙한 SF 소설로도 비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 종교와 믿음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룬다.
출간에 맞춰 9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종교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믿음을 가진 분들이 과연 진정한 믿음의 길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설 '변신'은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자, 작가가 내린 해답이기도 하다.
"변함없이 절대적인 초월과 고결을 믿는 이들이 견지해야 할 삶은 어떤 종류일까요. 환경과 더불어 끊임없이 변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쉼 없이 두려움 없이 노력하는 자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변함없이 정지된 것은 죽은 것, 무의미한 것이니까요. '변신'은 그에 대한 저 나름의 양심 고백과 같은 작품입니다."
작가는 "소설을 무기로 특정한 것에 상처를 입히고 흉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소설은 내 안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던지고 숙성시켜 해소하고 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동안 준비해 쓴 분량이 3천매가 넘는데, 고치고 고쳐 1천매를 덜어냈어요. 날카로운 부분은 사라졌지만 한 단계 계단을 올라간 느낌입니다. 똑같은 비유보다는 새로운 표현으로 이야기하려다 보니 우주까지 가게 됐네요. SF는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 저에게 잘 맞는 장르입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해설에서 "'변신'은 소설적 이야기의 무대를 외계로까지 확장함으로써 기독교로 대표되는 인간의 종교적 경향에 대한 성찰적 시간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이야기의 배후에는 이 시대의 종교적 타락과 독단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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