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등 세포 관련 난치병 환자에 효과적
1970년 '러브 스토리'라는 영화가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에릭 시갈(Erich Segal)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 영화를 잘 모르는 분들도 '눈장난(snow frolic)'이라고 하는 프란시스 레이의 감미로운 음악은 금방 기억해 내실 것이다. 불치병의 애인을 떠나보내는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이후에 이어지는 불치병 영화의 효시가 되다시피 한 영화이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유감이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아내가 급성 백혈병으로 치료를 거부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물론 소설과 영화의 극적인 장치중의 하나로 생각이 되지만, 1970년은 던넬 토마스(Donall Thomas)가 최초로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여 성공한 해이고 닥터 토마스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후에 수상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충분히 완치 가능한 젊은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혈모세포란 우리 몸 안의 골수(뼈 안에 존재하는 혈액세포를 생산하는 장소)나 백혈구조혈성장인자 투여 후 말초혈액에 존재하며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우리 몸에 침입하는 균들을 막아내는 백혈구, 지혈을 담당하는 혈소판 등을 생산해내는 세포를 말한다. 조혈모세포는 특징적으로 자기와 같은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자기 복제 능력, 말초혈액에서 보이는 혈구들로 분화할 수 있는 혈구 분화능력을 갖고 있어 일생동안 지속적인 조혈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조혈모세포를 골수에서 주로 얻기 때문에 골수이식이라고 불렀으나 최근엔 말초혈액이나, 제대혈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조혈모세포이식이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과 같이 세포 분화과정에서 이상이 생긴 경우나 재생불량성빈혈과 같이 조혈모세포의 숫자가 줄어들어 이상이 오는 경우에, 이들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전 처치로 이식전 환자에게 고용량 항암요법과 전신방사선치료(TBI) 시행으로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골수를 완전히 비운 후에 자가나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함으로써 조혈모세포가 생착하고 분화 증식하여 환자의 조혈능력을 회복시킨다.
다른 장기 이식과의 차이점으로는 신장이식이나 간 이식과 같은 고형장기의 이식은 공여자의 경우 영구적인 장기 결손이 남고, 이식을 받은 사람은 거의 평생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조혈모세포이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역억제제를 비롯한 일체의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으며 공여자의 조혈모세포가 수여자의 조혈기능을 대체하기 때문에 B형의 환자가 A형으로부터 조혈모세포를 받았다면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혈액형이 A형으로 바뀌게 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현대의학의 정점에 있는 최첨단의 기술과 처치 기술들이 집약되어 이루어진다. 면역학적 관용유도, 항암제의 살상효과의 극대화, 무균상태에서의 간호능력, 면역억제상태에서 감염관리 능력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병원에서만이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조직적합성 검사, 조혈모세포의 채집, 냉동보관, 전처치 등의 분자 생물학적 기술이 담보가 되어야 시술이 가능한 치료 방법이다. 항암제의 독성을 최소화하고 치료 과정중의 위험률을 낮추고자 하는 시도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는 향후는 좀 더 많은 질환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함으로써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방법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곽재용(전북대학교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곽재용 교수는
전북대병원 종양·혈액내과 분과장
2009~2010 Marguis Who's Who 세계 인명사전 등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