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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족 명운이 걸린 백두산 화산 폭발 - 유성엽

유성엽(국회의원)

 

경인년(庚寅年)이 참 길다. 백호의 기상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하리라던 한해가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직 갈 길이 먼 듯 하다. 새해 벽두 시작한 재앙의 끝이 어디일지 두렵다. 내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사건들로 가슴을 옥죄는 아픔이 밀려온다. 진도 7.0의 강진이 발생한 북중미 작은 섬나라 아이티는 최대 23만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사회가 완전히 붕괴됐다. 천안함 침몰사건은 우리 장병 46명의 생명을 앗아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은 항공대란과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유럽 전체에 약 1조6000억원 이상의 물적 피해를 초래했다. 국내 기업들도 피해가 막중하다.

 

세가지 사건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재앙이라는 것이다. 차이점은 인재와 자연재해라는 것이다.

 

최근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에 대해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진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마그마 상승으로 분화구 산체가 부풀어 오르는 것 등이 머지않은 장래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역사가들은 발해의 멸망과 고려의 고구려 영토복원 포기가 백두산 화산 폭발에 기인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과거 백두산에서 발생한 화산폭발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 중 하나라는 것이 지질학계의 정설이다.

 

이런 엄청난 위력의 '폭발체'에서 최근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고 하니 아이티나 아이슬란드의 재앙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두산 화산폭발이 아이슬란드 폭발에 비해 약 1000배 강력한 위력을 분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 반대쪽 아이슬란드에서 발생한 화산폭발이 산업적으로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 한반도에서 그보다 1000배 더 강력한 화산이 폭발한다고 가정할 때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는 추산이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가정이 현실이 된다면, 한·중·일 동북아시아 질서 재편은 물론, 우리 민족의 명운까지 크게 바꿔 놓을 만큼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 틀림없다.

 

문제는 위정자들의 인식부족이다. 2007년 북한은 난데없이 우리 정부에 백두산 지진 실태조사를 위한 지원을 요청해 왔다. 직접 당사자인 북한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한 우리 정부에서도 지원 여부를 고려하던 찰나 정권이 바뀌었고, 남북간 경색국면을 맞아 논의도 전면 중단되고 말았다. 백두산 화산폭발문제는 좌·우의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다. 우리 민족이 동북아공동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느냐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민족의 존립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백두산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전 세계의 하늘을 뒤덮는다면 산업구조의 변화는 물론 우리 인류에 치명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해 봐야 할 것이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경각심을 일깨워 줬던 재난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더 두려운 것은 백두산 화산이 정말로 폭발하는 건지, 또 폭발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백두산 화산문제는 해법없이 경색된 남북관계 국면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백두산 지진실태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고 정말 폭발이 임박했는지, 그리고 언제쯤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당 7000만원짜리 지진계 10대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백두산 문제는 초이념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무지(無知)는 공포(恐怖)를 낳고, 공포는 불안(不安)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정부는 백두산 문제에 대하여 손놓고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할 일이 아니다. 지진계 지원을 포함, 남북간 공동연구를 거쳐 충분한 데이터 확보과 분석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한 예측을 제시하여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최악의 인류 재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유성엽(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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