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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구석구석 골고루 땀을 - 김광화

김광화(농부·'피어라 남자' 저자)

덥다. 밭둑에 자라는 풀을 베는데 땀이 난다. 나는 땀을 자주 흘리다 보니 땀 생각도 많이 한다. 땀이 왜 나는지, 어디서부터 나기 시작하는지를. 그 땀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땀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흘리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땀이 처음 솟아날 때, 이를 가만히 느껴보면 참 묘하다. 이 느낌은 단순히 똥오줌 쌀 때와 같은 배설의 쾌감만은 아니다. 몸이 열린다고나 할까.

 

흔히 말하는 땀의 역할은 두 가지 정도다. 체온 조절과 노폐물 내보내기. 그런데 나는 이보다 더 근본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바로 일을 매끄럽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를 나는 '생산과 창조의 땀'이라 부르고 싶다. 자라는 아이들의 경우는 '성장을 위한 땀'이라 해도 좋겠다.

 

보통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땀이 시작되는 부위는 손바닥과 발바닥이란다. 오디를 따르고 뽕나무에 올라가려면 긴장되면서 발바닥과 손바닥에 땀이 살짝 난다. 이 때 양말이나 신발을 신고 올라가면 나무와 몸이 겉놀아 불안정하다. 그러나 맨발이 되면 느낌부터 다르다. 나무에 몸이 착 달라붙는 느낌. 땀이 나무와 나를 하나로 붙여주니 자연스럽다.

 

이렇게 땀은 상식 이상으로 그 고유한 쓸모가 숨어있다. 그렇다면 다시 궁금하다. 왜 땀구멍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무수히 많을까? 온몸 구석구석 땀을 흘려야 일이 잘 된다는 말인데 그런 성스러운 일이 뭘까.

 

여러 보기가 있겠지만 하나만 들자면 아기를 가질 때가 아닐까 싶다. 한 사람만이 아닌 부부가 같이 온몸으로 땀을 흘릴 때 정자와 난자는 쉽게 만난다. 아기를 갖는다는 건 곧 온몸 구석구석을 여는 일과 같다. 이 때 땀구멍은 생산과 창조의 문이 된다. 만일 아기를 갖는 정성으로 일을 한다면 안 될 일이 있을까 싶다. 단순히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건 그냥 개운한 정도지만 일하면서 땀을 흘리면 충만감도 같이 느껴진다. 점점 몰입의 즐거움도 터득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땀 흘리는 몸짓을 많이 잃어버렸다. 일상에서는 조금만 더우면 냉방이 기본이요,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손전화에 매달려 살아간다.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책상에만 매달려 커간다. 그러다보니 땀을 똥오줌보다도 더 싫어하게 된다. 한마디로 근본에서 한참 멀어진, 병드는 삶이다. 땀과 땀구멍의 소중함을 잊고 산 결과가 아닐까 싶다. 더워서 입맛 없다는 건 말짱 거짓말이다. 온몸을 움직여 적당히 땀을 흘릴 때 삶은 활기차, 입맛도 좋고 피부도 좋아진다.

 

땀이 날 때면 땀을 느껴본다. 온몸을 움직여 일을 할수록 땀도 더 많이 나, 코언저리부터 땀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좀더 지나면 겨드랑이, 가슴, 등짝 순으로 몸이 젖어든다. 이쯤에서 일을 접는다. 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샤워를 하면서 또 한번 땀을 생각한다.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그 구성원 모두 골고루 땀을 흘릴 때 사회는 건강하고 윤택할 것이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일로 땀을 흘릴 때 우리 사회는 '돈 문'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문, '생명의 문'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

 

/김광화(농부·'피어라 남자' 저자)

 

▲ 김광화 농부작가는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남 산청 간디공동체에 참여, 간디학교를 만들었으며 무주서 농사를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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