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조선시대 유물 969점 발굴 고고학적 큰 의미
용담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수몰되는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문화유적에 대한 발굴조사가 필요했다.
발굴조사는 용담댐 축조로 인해 수몰되는 지역, 진안군 용담면과 상전면, 안천면, 정천면 지역을 대상으로 1995년 12월부터 2000년까지 4차에 걸쳐 이뤄졌다. 전북대학교 박물관 주관으로 국립전주박물관, 군산대 박물관, 조선대 박물관,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호남문화재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수몰지구에서 발굴된 유물은 969점.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아우르는 유물들은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돼 있으며 일부 진안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2003년에 기획한 '수몰된 옛 사람의 흔적, 용담'전에 특별논고 '용담댐 수몰지구의 발굴성과와 과제'를 쓴 윤덕향 전 전북대 교수는 "용담댐 수몰지역에 대한 조사에서 여러 가지 의미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고고학적 조사와 연구가 미진한 전북 동부지역에 대한 본격적이고 대규모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를 통해 구석기 시대에서부터 고려·조선시대에 이르는 시기의 각종 문화유적을 조사하고 확인함으로써 이 지역의 고대 문화와 역사적 좌표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 전 교수는 용담댐 수몰지역 조사의 가장 큰 성과로 안천면 삼락리, 정천면 여의실, 모정 등 고인돌 관련 유적을 꼽았다. 특히 고인돌 축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유구와 그에 이어지는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의실 유적의 조사는 시간과 공간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대별로 분류하면, 구석기 유적의 확인은 전북지역 고고학 연구에서 시간적 외연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금강 상류인 진안고원에 자리하고 있는 진그늘유적은 전북에서 최초로 발굴 조사된 구석기 유적으로 후기 구석기 늦은 단계의 문화양상을 보여주는 대규모 생활유적이다. 신석기시대 유적과 유물은 용담댐 수몰지구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는데, 전북 내륙지방에서 드물게 발견되던 빗살문 토기 관계 유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동기시대 생활유적으로 정자천 여의곡에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석묘 상석을 옮기는 상석 이동로로 추정되는 길이 발견됐다. 이 상석 이동로는 상석의 이동방법과 이동방향, 채석장의 설정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무덤은 청동기시대 이른 시기에는 지석묘가 축조되고, 이어 석관묘·석개토광묘·옹관묘 등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와정 유적이나 황산 유적 등 삼국시대 유적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지역이 가지는 공간적 위치에 접근할 수 있는 자료도 확보됐다. 고려시대 각종 묘제가 조사된 수천리 유적 역시 하나의 성과다. 수천리에서는 고려시대 석곽묘 53기, 고려·조선시대 토광묘 37기, 조선시대 석곽묘 5기, 회곽묘 3기 등 총 98기의 무덤이 조사됐다. 특히 고려시대 유구에서는 11세기의 해무리굽청자와 12∼13세기의 다양한 청자와 청동유물, 도기들이 출토됐다. 이 시기 유물들을 통해 당시인들이 무덤을 선정할 때 사신사상 등과 같은 사상체계에 입각했음을 알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청자를 통해 청자가 변천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용담댐 수몰지역의 발굴조사를 통해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구명하는 기초자료로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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