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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제작 거국적 관심 쏟은 '國事'"

본보·전주역사박물관 공동주관 '전주학 시민강좌'…태조어진 봉안 600년 맞아 상징성 재조명을

태조 이성계 어진(御眞)의 경기전 봉안 600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전주의 가치를 알아가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북일보와 전주역사박물관, 전주학추진위원회, 전주시가 공동주관한 제9기 전주학 시민강좌 '경기전과 조선왕실제례'가 4일 오후 2시 역사박물관 녹두관에서 시작됐다.

 

첫번째 강의 주제는 '조선시대의 어진'. 강사로 나선 조선미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전해오는 어진이 수폭에 불과하긴 하지만, 조선시대 태조에서부터 순종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수효의 어진이 제작돼 진전에 봉안됐다"며 "어진제작과 봉안에는 거국적 관심이 뒤따랐다"고 어진의 상징적 기능과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임시관장기구의 설치나 어용화사 선발 등 어진제작과정을 보면 각 단계마다 길일길시(吉日吉時)가 택해지고 왕과 대신들의 봉심(奉審 : 임금의 명을 받들어 능소나 묘우를 보살핌)이 행해지는 등 어진제작에 쏟은 국가적 배려가 막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진제작이 왕가에서 자손이 조상을 추모하려는 뜻에서도 행해졌지만, 제작된 어진을 진전에 봉안함으로써 그 조종이 영구하기를 꾀하려는 사회적 기능도 지대했죠."

 

조교수는 "어진이 지닌 상징적 의미는 진전 봉안 때 동원된 인원이나 엄격한 의례 절차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전쟁 동안 미천한 신분의 참봉이 어진을 보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으며, 피난 시 왕 이하 관료들이 어진을 앞에 두고 통곡하며 비탄에 빠졌던 것을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또 진전에 화재가 났을 때 왕이 소복하고 3일간 곡하고, 심지어는 진전 근처에서 실화나 벌목사건이 있거나 큰 비나 큰 눈이 내린 경우에도 위안제를 지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시기에 처음 어진이 제작되었는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지만, 조선시대에 들면서 태조로부터 순종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숫자의 어진이 제작됐습니다. 활발한 어진제작에도 현존 어진은 소수에 불과해 경기전 태조어진, 고궁박물관 소장 영조 어진, 화재로 일부분이 소실된 영조 영잉군 때 초상화 및 철종과 익종어진, 고종어진 몇 폭과 순종어진초본이 전해올 뿐입니다."

 

조교수는 "조선 태조는 일국의 시조인 만큼 특별한 예우를 받아 상당한 수의 어진이 제작됐지만, 현재 경기전의 태조어진 1본만 전해오고 있다"며 "태조 어진의 경기전 봉안 600주년을 맞아 전주시와 전주 소재 박물관들이 보여주는 각종 의례의 재현의식과 태조어진을 둘러싼 각종 학술과 전시행사 등을 통해 조선시대 어진이 지닌 사회적 기능과 상징적 의미를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고종 어진은 현재 전주박물관과 원광대박물관, 개인소장으로 여러 폭이 전해오는데, 이처럼 여러 점의 '어진 그리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조선조 내내 품어왔던 어진에 대한 전통적 관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전통적 사고에서는 어진이란 왕이나 조종 그 자체로 진전 이외의 외부로의 유출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고종연간 이후 이런 관념이 희박해진 듯합니다."

 

조교수는 "일제 식민지시대에 이르면 유명한 사람들의 초상화를 모으는 취미나 혹은 지나간 옛 왕조를 못 잊는 일부계층이 어진 갖기를 소원한 듯 해 고종황제의 어진 제작 역시 제법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 강좌는 9월 11일 역사박물관 녹두관에서 열리는 '「경기전의」로 본 조선 말의 경기전 관리체제'. 이동희 역사박물관장이 강사로 나선다. 참가 희망자는 역사박물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문의 063) 228-6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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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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