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문체의 문장이론
인간은 무언가에 쫓기듯 살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 자신에 대한 존재감일수도 있고 경쟁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생활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행위일수도 있다. 예술은 그런 분야에서 인간과의 관계가 밀접하다. 그 중 문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바야흐로 신춘문예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시기이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기웃거려 보거나 뛰어 들어 열정을 쏟는다. 글 한 줄 채우기에 밤새 끙끙대기고 하고 탁 튀는 단어 하나 고르기에 몇 날을 고심하기도 한다. 글 한 편에 그토록 몸살을 앓는 것도 아름다운 일인 듯싶다.
나 역시 그런 열정으로 문학을 향한 꿈을 꾸었다. 그러나 쉽게 나타나지 않는 길이어서 늘 목이 말랐다. 그러다 글쓰기에 대해 눈이 뜨이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글로 인해 알게 된 분에게서 받은 책 한권에 눈과 귀가 밝아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신춘문예 응모 시기인 지금, 글 쓰는 분들에게 한번쯤 읽어 보기를 원하는 마음에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심조룡(文心雕龍)은 당나라 문인 유협이 문장이론을 아름다운 문체로 엮어 놓은 책이다. 문장의 원리에서부터 작가의 인간성까지 10편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이론이지만 설명과 예문들이 정말 아름답고 적절한 표현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번역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그 기본 문맥은 같으리라 본다. 그 중 몇 구절을 여기에 옮겨 선보이기로 한다. 책을 읽고 적어 두었던 간단한 메모이다.
나는 여태껏"만근이나 되는 종은 짤랑짤랑한 가느다란 울림을 내지 않는다."는 깊이와 "구름이 비가 되어 황하로 흘러 천리 사방을 적신다."는 은근함을 감히 생각해 보지도 못했으며 "아무리 아름다운 비단이 많아도 옷을 자를 때 치수를 정확히 맞추어 자르는 것"이 아름다움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라는 순리도 미처 깨닫지 못한 듯하다. "환희와 슬픔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문자도 같이 웃고 같이 눈물지을 만큼의 묘사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졌고"꽃이 지나치게 많이 피면 가지를 손상시킨다."는 대목도 꼭 새겨두어야겠기에 밑줄을 그어 놓았다.
다른 글을 인용할 때는 정밀한 논리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대목도 참으로 중요한 내용이었다. "아무리 미묘한 말과 아름다운 사실이라도 자리가 빗나가면 다리에다 보석을 장식하고 가슴에다 화장을 한 것 같다."는 비유는 얼마나 적절한 문장인가. 또 "한 편의 작품 가운데에도 여러 가지 심정의 움직임이 통괄되어 있어 마치 30개의 바큇살이 하나의 바퀴에 집결되어 있는 것과 같아야 한다."는 문장의 기본원리나 조직에 관해서도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 이 외에도"감동이 자연에의 선물이라면 시상은 마음에의 보답 같은 것"이라든가 "말은 마음의 소리요 문자는 마음의 그림이다"등등의 아름다운 문장에 마음이 설레곤 했다. 언젠가는 내게도 그런 글 한 줄 뽑아 낼 수 있는 시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염원을 품은 때문이리라.
김재희 수필가는 정읍 출생으로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로 등단했다. 2006년 수필집「그 장승이 갖고 싶다」를 출간했고, 행촌수필 문학상을 수상했다.
/ 김재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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