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평야 겨울 진객, 옥토의 젖줄 위에 날개 접고…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의 해질녘,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온 철새들의 아름다운 군무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게 물든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오르며, 철새들이 그려내는 향연을 바라본 이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탄성을 쏟아낸다.
김제시 백산면 하정리에 있는 '백산저수지'에 가면 회색빛 콘크리트에 갇혀 잔뜩 움츠러든 가슴을 활짝 펼 수 있다. 도심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 봄·여름·가을·겨울 각기 다른 느낌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서해 낙조와 드넓게 펼쳐진 만경평야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400ha 옥토에 생명수, 질 높은 쌀 생산 기여
백산저수지는 1966년 9월 착공, 3년 1개월 만인 1969년 10월 준공됐다. 식량 증산을 위해 고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호남야산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저수지 축조 당시 백산저수지 인근에 평야는 거의 없고, 야산만 가득했다고 한다. 그리고 농민들은 주로 이 야산에 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호남야산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야산을 깎아 평야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이렇게 조성된 평야를 적셔줄 생명수를 공급할 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이 일대 농민들은 본격적으로 벼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질 좋은 쌀 생산으로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생계유지에도 큰 보탬이 됐다.
백산저수지는 흐르는 물을 담수하는 담수호가 아닌, 양수저수지다. 섬진강댐에서 방류된 물이 김제간선을 타고 흐르는 것을 호남양수장의 펌프를 이용해 퍼 올려 저수지에 모으는 형식이다. 유역면적은 160ha이며, 평야지역에 만들어지다 보니 제당길이가 820m로 길다. 수심은 16m다.
이곳에 담수된 328만톤의 물은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청하면 일부지역 415ha의 옥토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농어촌공사 동진지사 관계자는 "백산저수지는 김제지역의 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며 "특히 도심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도시민을 위한 다양한 휴양공간으로 개발될 경우 김제지역의 또 다른 명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백산저수지에 생명수 공급하는 호남양수장
백산저수지는 호남양수장으로 인해 존재한다. 김제시 검산동에 있는 호남양수장이 없었다면 현재 320만톤의 물은 담수할 수 없다. 이런 호남양수장은 1967년 1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지방 순시차 김제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리 안전 답화사업 계획을 검토하라는 훈시에 의해 건설이 추진됐다.
1969년 10월 준공된 호남양수장은 당시 국내 최대 규모 양수시설로,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로 된 현판이 현재도 양수장 전면에 부착돼 있다. 호남양수장은 섬진강 댐에서 방류돼 정읍시 태인면의 낙양취입보에서 김제간선으로 유입돼 흐르는 물을 2대의 펌프를 이용해 퍼 올린 뒤 그 물을 백산저수지에 담수한다. 호남양수장은 백산저수지에 담수될 물을 퍼 올리는 것 이외에 직접 1939ha에 달하는 옥토에 생명수를 공급하기도 한다.
▲전북의 대표적 관광지로 발돋움 준비
김제시는 도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 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백산저수지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백산 세대통합형 가족휴양공원'조성 계획을 갖고 있다.
전국 농업 1번지인 김제시 관내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면서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백산저수지 주변을 개발할 경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서다.
백산 세대통합형 가족휴양공원 조성 계획에 따르면 시는 전체 179만 6000㎡에 모두 9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화훼공원, 놀이공원, 워터파크, 수변휴식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이 같은 시설을 통해 세대별 여가·휴양활동 수요에 기초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화훼와 수초를 테마로한 체험·관람 서비스 등을 제공,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는 복안이다.
▲주변에 가볼만 한 곳
백산저수지를 찾은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 저수지의 효시인 벽골제를 꼭 한번은 들러봐야 한다. 김제시 부량면에 있는 벽골제는 신라 흘해왕 21년(330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나 그보다 좀 더 후대일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 인종 때 보강작업이 이뤄졌다가 인종 24년(1146년)에 왕의 병이 벽골제 보강작업 때문이라는 무당의 말로 일부가 파괴된다. 그러다 태종 15년(1415년)에 국가적인 대규모 수축 공사를 일으켜, 군정 1만명이 2개월 동안 공사를 통해 제방을 수리했다. 벽골제의 물은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 공급됐다고 한다. 1958년 사적 제11호로 지정됐다. 또 백산저수지 주변에는 골프장이 있으며, 먹을거리로는 민물새우탕과 메기탕 등이 유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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