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규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장두노미'라는 사자성어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교수신문이 전국 각 대학 교수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이다. '장두노미'란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일컫는다. 진실을 숨겨두려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의미이다.
올해 진행됐던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 역시 '장두노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010년 진행된 미디어 정책의 핵심 이슈는 '텔레비전 수신료 인상'과 '종합편성채널(종편채널) 및 신규 보도채널' 허가에 대한 문제였다. 특히, 종편채널 도입을 위해 현 정부와 여당은 2009년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가하는 방송법을 위법적으로 통과시켰고,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가 가기 전에 해당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언뜻 보면 이 두 사안은 별개인 것 같지만, 상당히 오묘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다. 바로 방송광고 시장이 이들을 연결시키는 함수이다.
수신료 인상의 핵심 주장은 1980년 이후 수신료가 2,500원으로 동결되어 있고, 재원마련을 위한 KBS의 광고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2012년 디지털방송으로 전환을 위한 수신환경 개선에 대한 비용 부담도 인상 주장의 한 요인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속내에는 미디어 시장 재편을 위한 현 정부의 밑그림이 깔려있었다. 요컨대, 수신료를 인상하고 KBS의 광고를 축소함으로써 새롭게 시작될 종합편성채널로 방송광고 이전을 유도하여 이들의 생존에 물꼬를 터주겠다는 것이다. 종편채널은 조선·중앙·동아와 같은 보수신문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만만치 않게 돌아갔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야당은 KBS의 공영성과 독립성에 대한 보장없이 수신료를 인상할 수 없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KBS이사회는 '3,500원으로 인상 + 광고비율 현행 유지'라는 타협책을 내 놓았다. 이 안은 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와 국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국회 통과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KBS의 광고비율 현행 유지'라는 타협안은 수신료와 종편의 함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종편에게 넘겨주려 했던 방송광고의 몫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7일 진행된 2011년도 업무보고에서 '방송통신 광고시장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7조 5,000억원 수준인 국내 광고시장을 2011년에는 8조 7,000억원(GDP 0,74%), 2015년에는 13조 8,000억원(GDP 1%)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광고총량제 도입, 방송광고 금지품목 완화, 중간광고제도 개선, 간접광고와 협찬고지 개선, 방송광고 판매시장 경쟁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안은 종편을 위한 광고시장 '먹거리'가 불확실해지자 방송광고 시장을 최대한 확대함으로써 파이를 키우겠다는 발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안들이 현실화된다면 국민들의 시청권은 현저하게 약화된다는 점이다.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 시청 중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광고방송이 시청자를 짜증나게 할 것이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전문 의약품 광고가 자칫 소비자들을 오도할 수 도 있다. 방송 광고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방송사업자들의 피튀기는 경쟁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공공성 보다는 상업주의가 판을 치는 방송환경을 가져올 것이다.
속내가 뻔히 보이는데도 핵심은 딴 데 있다고 강변했던 '장두노미' 미디어 정책은 이제 상업주의가 팽배해진 방송시장의 복마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와중에 시청자의 권익은 자리를 잃고 있다. 하물며 이들에게 지역에 대한 관심이 있기나 하겠는가.
/ 김은규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