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규 시인 '자국눈' 출간
"이번 시집으로 내 문학에 새로운 전환점이 올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뛰었으니까 이제는 호흡 조절 하면서 쓰고 싶어요. 지금 그 반환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동규 시인(63)은 '시인의 길이 꼭 가야 하는 길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 이번에 출간한 「자국눈」(신아출판사)은 시집이라기 보다 무대를 떠나 있는 시극 같은 것이다. 시나 시극이나 고통 속에서 발화되는 과정은 같다. 하지만 시극은 백제사 읽기를 위한 징검다리로 선화공주와 서동의 천년의 사랑을 건드린다.
"부분적으로 시, 희곡, 다큐 같은 형식이 있습니다. 소설의 맛도 곁들였죠. 욕심 같아서는 담백한 수채화도, 질펀한 판소리 덜렁재 한 마당도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웃음)"
백제사를 토로하든 천년의 사랑의 절박함을 읊든, 알기 쉬운 언어 속에 결기와 단호함을 내장된 시들이다. 시 '자국눈'에서는 선화공주와 무왕의 만남, 전설적인 북'자명고'를 둘러싼 낙랑공주와 고구려 호동왕자의 슬픈 사랑, 미륵사 창립 등이 이미지로 풀어졌다. 시극 '백제 대서사시의 그림으로 쓴 비밀'은 미륵사지 사리장엄이 발굴되면서 미륵사지 창건 주체가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8대 성 중 하나인 사택 가문 출신이었다는 설에 반론을 제기한 작품. 시인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숨겨진 코드를 따라갔다. 소설가 우한용(서울대 교수)씨는 이를 두고 "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설화 '서동요'와 미륵사의 연기 설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시극은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감독을 맡아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 시인은 시의 경계 허물기를 통해 앞으로 시가 나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고창 출생으로 전북대 국문과와 전주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시인은 1978년 '시와 의식'을 통해 등단했다. 시인은 시집 「꿈에 쫓기며」, 「민들레야 민들레야」,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과 시극 '일어서는 돌', 산문집 「바람에다 물감을 풀어서」 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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