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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존과 개발

류정수(전 남원 용북중학교 이사장, 청렴옴부즈만)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기껏해야 100년 정도 살고서 흙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자연을 건드리지 말고 그냥 놔두었다가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이 꼭 옳은 말인지 모르겠다.

 

전기도 필요 없이 호롱불로 지내고, 한 여름을 에어컨 없이 부채로 보낼 수도 있다. 기차나 자동차 없이 말 타고 또는 걸어서 서울을 오갈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조금 불편할 것이고, 필자처럼 매주 남원에서 서울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몹시 불편할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을 실시할 때 인성이 더 중요하냐 아니면 지성이 더 중요하냐를 놓고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처럼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이것이 나누어지면 후진국이 되는 것이고 모아지면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인성과 지성을 나누어 어느 것이 먼저가 아니고, 인성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인성을 가르쳐주고 지성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지성을 가르쳐주어 인성과 지성을 균형 잡히게 해주는 것이 선진화된 교육이다.

 

요즈음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가지고 이것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냐 아니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계절마다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는다. 경제가 향상되고 삶의 여유시간이 많아질수록 더욱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사람들이 매번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을 훼손시킨다. 자연적인 복원 능력이나 알맞게 훼손하니까 괜찮다고 한다면 그것은 억지 주장이다. 어쨌든 사람이 오르내리면 산은 훼손된다.

 

산을 보호하려면 아예 산을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 등반은 등산로 전체를 조금씩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훼손시키는 방법이다. 그런 반면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상당량의 산림을 한꺼번에 훼손시킨다. 그와 함께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므로 더 많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산에 가면 사람들은 누구나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하지만 늙으면 그리 쉽지 않다. 지리산처럼 높은 산을 자기 힘만으로 등반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설악산처럼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으면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원자로 폐기물 처리장인 방폐장을 부안에서는 환경을 훼손한다고 주민들이 반대했지만 경주에서는 시민들이 경주 발전에 원동력으로 여기고 찬성했다.

 

지리산 주변 어느 도시에 케이블카가 하나쯤은 설치될 것이다.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관광산업이 그 도시의 주요 산업인 도시라면 이러한 사실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교육에서 인성과 지성을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존과 개발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보수와 진보도 공존하고, 남녀노소가 공존하는 것처럼 개발과 보존은 공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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