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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직 부패의 진화(進化)

김종철 (전 감사원 감사위원)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고위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강원랜드의 카지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해 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확인되었다고 한다. 카지노에서 사용된 돈은 정당한 수입이 아닐 것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 공직자 가운데 중앙부처의 한 고위 공직자는 180차례 이상 그 곳에서 도박을 하였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바 같은 뉴스에 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위 경찰공무원의 함바집(식당운영) 사건이 보도 되었다. 공사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갖게 해 주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공사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왜 경찰이 관여하는 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이런 행태가 차츰 관행과 관습화 되면서 사회에 부패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것이다.

 

외국의 어느 학자(Wenner B.Simcha)는 부패란 정신적 황폐화와 도덕적 규범 및 가치기준을 흔들고, 민주주의에 대한 건전한 발전을 위협하며 사회적 기강을 해이시키는 국가발전의 암적인 요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패란 일정한 조직 및 국가를 중심으로 부패의 주체(공무원 등)와 객체(기업인·시민 등)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체제의 미비와 환경의 유인효과에 의해 유발되는 현상이고, 사회적 기대 가능성을 저버린 일탈행위(deviant behavior)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직의 부패는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을 초래하고 행정의 공신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강을 해이시키고 비정상적인 소득이 사치소비성 물량주의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에서 이토록 부정이 끊이지 않고 있는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문화적, 역사적으로 볼 때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권위주의와 연고주의 및 분파주의 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유교의 이념과 가치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 서구사회와는 달리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연고가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연고는 혈연뿐 아니라 지연 및 학연관계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연고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이 어떤 공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합리적인 절차나 판단에 의해서 결정하기 보다는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과 같은 인간관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경우, 그 행동의 정당성 여부나 선악의 문제는 고려되지 않게 되고,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행동의 특징은 비합리성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바 어떤 사람을 위해 특별히 은혜를 베푼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의 희생이나 사회적 규범 내지 법률적 규범을 위반하면서 까지 특정한 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을 것이나 우선 미국의 경우처럼 내부고발제 등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김종철 (전 감사원 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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