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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리영희 선생 대표 글 엮은 산문집 '희망' 출간

지난해 12월 타계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대표적 글을 모은 책 '희망'(한길사)이 출간됐다.

 

2006년 12권으로 출간된 '리영희저작집'에 실린 글 가운데 리영희 사상의 정수와 빼어난 문장력, 문학성을 담은 글을 추려 한데 엮은 것이다.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정세 분석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과학 논문보다는 그의 사상적 바탕을 이루는 인문학적인 글에 무게를 뒀다.

 

분단의 비극, 통일론,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독재체제와 민주주의 투쟁 같은 담론뿐 아니라 인간 존재론, 역사, 평화, 신앙, 자연, 예술을 주제로 한 글에도 지역과 세대를 초월한 그의 지혜가 담겼다.

 

리영희의 고향인 평안북도에 '어둑서니'란 말이 있다. 어두운 밤에 아무것도 없는 데 있는 것처럼 잘못 보이는 물체나 헛것, 즉 우상이란 뜻이다.

 

"어린 시절 북쪽 나라 고향에 사는 어둑서니는, 나와 같은 어린이들이 땅 위를 내려다볼 때 처음에는 달걀만한 작은 크기이지만 무서워서 올려다보기 시작하면 점점 더 커지고, 겁에 질려서 하늘을 바라보면 그 크기가 하늘 전체를 시커멓게 덮을 만큼 무서운 형상이 되어 우리 어린이들의 뒤를 쫓아오곤 했다. 나는 일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삭주군 대관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밤길을 가다가 이 어둑서니를 만나, 겁에 질려서 캄캄한 밤거리를 죽으라 하고 도망치던 소년시절의 꿈을 꾸곤 한다."(『무한경쟁시대와 정보화와 인간』중)리영희에게 글쓰기는 우상을 부수는 이성의 회복 활동이었다. 거짓으로 점철된 권력과 철학, 학문, 신앙, 교육, 언론은 진실에 다가서려는 이성을 어둑서니로 학살하고 있다는 게 그의 현실인식이었다.

 

'D검사와 이 교수의 하루' '『우상과 이성』 일대기' '핵무기와 인류의 양심' '불효자의 변' '하늘을 나는 새에게서 배우자' '내가 아직 종교를 가지지 않는 이유''기술·전쟁·인간·인간성' 등 대표적인 글이 실렸다.

 

이 책의 엮은이이자 2005년 리 교수와 나눈 대담을 '대화'로 펴냈던 문학평론가임헌영씨는 "리 교수의 칼럼은 정지용의 어휘력과 피천득의 서정성, 법정 스님의 안정감, 고은의 기지에다 진중권의 예리성을 두루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66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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