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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책읽기] 이별

별이 된 그들, 책을 통해 만난다

(좌)실천하는 지식인으로 한 평생을 살다 지난해 12월 5일 타계한 고 리영희 교수의 운구가 8일오후 하관을 위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 들어서고 있다,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천주교 공원묘지에서 지난 22일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씨의 운구가‘더 아름다운 길’로의 영면을 위해 묘지로 향하고 있다. (desk@jjan.kr)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

 

(좌)고 리희영 교수, 고 박완서 씨 (desk@jjan.kr)

 

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죽음 자체는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구절처럼 그 동안의 추억과 기억, 관계는 지울 수 없는 것. 이렇게 죽음이 슬픈 것만은 아니라고 위로해 보지만 몇 달 사이, 쉽사리 죽음을 받아드릴 수 없는 두 사람이 떠났다. 우리 시대의 지성이라 불렸던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와 고통을 소통으로 치유한 이야기 꾼 박완서. 책장 한쪽에 꽂혀있는 그들의 책이 눈에 띌 때면 괜스레 속상한 마음과 함께 더 많이 소통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생각을 통해, 책을 통해 우리의 관계는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슬픈 이별이지만 아름다운 관계로 남을 수는 있는 기회가 우리에겐 있다.

 

▲ 문화·예술적 면모 드러난 글 모음

 

희망(리영희, 임헌영 저/ 한길사/ 2만 2,000원)

 

사상의 은사/ 시대의 선구자/ 60년대 70년대 80년대 대표적 지성/ 아 이 한반도의 살아있는 정신 /불 /얼음 /우리들의 전위와 후방'(고은 시인의 헌사 중에서)

 

이미 떠난 리영희에 대한 아쉬움을 갖는 독자를 위해 한 권으로 그를 만날 수 있는 책이 출간 됐다. 「희망」은 문학가로서의 풍모가 잘 드러난 리영희의 산문집이다. 사상가로서 알려진 리영희만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이 좋은 충격이 될 것. 민족분단의 비극, 통일론,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등 사회과학적 담론과 인간의 존재, 역사, 평화 같은 인문학적 글들을 함께 실었다. 12권 짜리 「리영희 저작집」 중에서 사상적, 문화적, 예술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명편을 가려 뽑아 한 권을 만든 것. 2005년 리영희 교수의 구술 자서전에 도움을 줬던 임헌영 문학평론가가 나서 그의 번득이는 기지와 해학 넘치는 작품들을 말한다. 만약 그의 생애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면 「리영희 평전」(김삼웅 저/ 책보세/ 2만 8,000원)을 추천한다. 이 책은 리영희의 생애와 사상을 담은 평전으로 후배 언론인인 저자가 리영희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쓴 것.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육군 장교로 6.25 전쟁에 참여하고 4.19혁명 전후에 활동한 내용 등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사회적 업적 뿐 아니라 가족사와 인간관계 같은 개인적인 내용까지 실어 더욱 친근하게 그를 느낄 수 있을 것. 날카롭던 그의 의식과 냉철함, 용기, 인간애 등을 고루 만날 수 있다.

 

▲ 못 가본 길, 미련은 있지만…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저/ 현대문학/ 1만 2,000원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본문 중에서)

 

박완서가 남긴 많은 책들 중에 몇 권만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 중에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노작가의 연륜과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어 꼭 읽었으면 하는 추천작이다.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에는 미련이 남는다. 그래서 후회를 하고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것. 이 책은 유명 소설가가 된 박완서가 학창시절 꿈꿨던 못 가본 길에 대한 미련을 말한다. 솔직하게 그녀의 미련을 이야기 하고 많음 아픔을 잔잔하고 담백하게 풀어 낸 것. 하지만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는 떳떳함이 어느새 독자들 마음에도 위로가 된다. 소소한 일들이 매력적으로 다가 오는 책. 이제 다시 만나지 못할 작가지만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계속될 박완서의 이야기다.

 

소설가 박완서의 글을 보고 싶다면 「환각의 나비」(박와서 저/ 푸르메/ 1만 1,000원)가 좋은 책이 될 것이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유명 문학상 수상작 다섯 편을 모은 선집. 다양한 주제들 중에서 여성을 화자로 삼은 작품을 선별했다. 박완서의 여느 작품이 그랬든 그녀가 얘기하는 여성들의 삶은 상처입고 피폐하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고고하지 않아 더 내 어머니 같고 내 이야기 같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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