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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⑫아동문학가-홍인재 '작은 도전자'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읽게 만드는 마법같은 책

그 때가 몇 살 때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 때 작은 아버지 집에 살았다. 작은 아버지 집 옆으로 이제 막 생긴 교회가 있었는데 빨갛고 뾰족한 지붕이 참 신기했었다. 그 때까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으니 어린 내 눈에 비친 그 교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그곳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 왠지 그곳에 가면 꽤 오랫동안 가슴앓이 병을 앓던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 안에는 찬 기운을 뒤집어 쓴 의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맨 앞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긴 막대에 매달려 애처로운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참 슬퍼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 그 앞에 앉았다. 한참동안 그곳에 앉아 엄마를 생각하고 걱정했다. 어서 엄마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것도 같다. 그 엄마가 이제는 친정엄마가 되어 건강하시니 그 기도가 효험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작은 도전자」(다림)를 읽으며 나는 오래 잊고 있었던 어린 나를 기억해냈다. 예배당에 엎드려있던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기르던 닭들이며 겨울 산을 같이 헤집고 다녔던 바둑이도 함께 떠올랐다.

 

나는 이 책을 '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펼쳐보는 세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이제 막 사춘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딸아이에게 읽히면 좋을 것 같아서 골랐다. 그런데 딸아이 보다도 내가 먼저 책 속에 푹 빠져서 눈시울을 붉히며 읽었다. '나를 이기는 힘', '조금 늦어도 괜찮아', '나의 둥지, 우리 가족' 등 세 개의 주제 아래 열 아홉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안도현 시인을 비롯해 열여덟 명의 작가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경험을 풀어놓아 읽는 재미와 감동의 깊이가 각기 다르다.

 

'고등어와 크레파스'에서는 어린 시절에 큰 집에 양자로 들어가 자란 이야기에서는 항상 당당하고 큰 사람으로만 기억되는 위대한 만화가 이현세의 아픔 속으로 같이 걸어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고 '내 마음의 희망등'에서는 교사의 길을 가고 있는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만의 색깔과 모습을 만드느라 혼란스러운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 책은 자신을 바라보며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낸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뒤돌아보며 곰곰이 삶을 곱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가까운 곳에 두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되풀이하여 읽기 좋은 책이다.

 

'일본 도쿄 올림픽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이 되는 집을 허물게 되었다.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데 꼬리 쪽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가 살아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3년 동안 도마뱀이 못 박힌 벽에서 움직이지 못했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철거 공사를 중단하고 사흘 동안 도마뱀을 지켜보았다.'

 

도종환 시인이 쓴 이야기의 첫머리이다. 꼬리가 못에 박혀 움직이지 못했던 그 도마뱀은 어떻게 3년을 살아냈을까? 그 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 아동문학가 홍인재씨는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임실 출생으로 전주교대를 졸업한 그는 우석대 대학원 문창과에 재학중이며, 현재 전주 서신초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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