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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갈등조정협의회 가치 충분하다

최두현(전북갈등조정협의회 사무처장)

일반적으로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특정인이나 집단이 무조건 싫어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나 가치관 등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진보와 보수, 여성과 남성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심지어는 특정학교를 졸업했느냐 안했느냐, 출신 지역이 어디냐 등에 따라서도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갈등은 결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공공갈등의 고조와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심각하다. 수많은 사람들과 정부기관, 시민사회 등이 생업과 일상 업무를 포기하고 갈등현안에 몰입되면 그 사회가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갈등조정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계산하기도 힘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문명화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은 쉽게 해결되거나, 조정되지 않는다. 환경갈등, 노사대립, 지역 간 대립, 나눌 수 있는 파이가 절대적으로 작은 갈등, 가치관이 대립하는 갈등. 어느 것 하나 쉽게 조정되거나 결론이 나지 않는다. 1~2년은 물론이고 1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는 것도 많다. 갈등해결을 위한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있지 못한 갈등조정협의회에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은 거의 없다.

 

갈등은 일반적으로 쟁점과 형태에 따라 발생, 심각한 고조, 잠복과 소멸 등의 주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말이 갈등관리다. 갈등의 이런 주기를 잘 파악해 극단적인 대립과 충돌, 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갈등과 대립은 또한, 힘이나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 갈등이 해소되어도 구성원 마음속에 합의에 대한 동의가 없다면 불신과 배신에 대한 경계만 쌓여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갈등조정 기구는 구성원들이 합의를 이행하고, 상호 불신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즉, 조정기구라고 해서 법정에서 판결 내리듯이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공공갈등의 특징이다.

 

2008년 5월 구성된 전라북도갈등조정협의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남겼다. 최근 전주시와 임실군간의 상수도 공급협약이 대화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재했으며, 남원 대강면 88고속도로 집단민원도 해결했다. 이 외에도 35사단 이전문제에 대한 주민설득과 보상지원금 증액, 새만금행정구역 관련 갈등이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했으며, 새만금 고압철탑 건설과 관련해 대화가 중단된 주민과 한전간의 대화자리를 마련하는 활동도 펼쳐왔다.

 

시내버스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서도 지난 연말 노사 대화가 중단된 시점에서 노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긴급간담회를 성사시켰다. 또한, 최근까지 노사 대화 현장에 7차례 참여해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했다. 파업사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죄송한 일이다. 그러나 노사대립은 갈등조정이 매우 어렵고, 당사자들이 조정을 의뢰한 상황도 아니다. 어떤 단위 사건 하나를 두고 해결했느냐 못했느냐를 두고 해당 기구의 존립을 거론하는 것은 사실 조금 억울하다.

 

전북갈등조정협의회는 그동안 상근 인력 한 명이 일했다. 지난 1월에서야 전체 2명이 일하는 기구가 되었다. 예산과 활동여건 또한 결코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파업 사태 해결의 책임(?)을 물어 있으나 마나한 조직이라는 식의 접근은 억울하다. 부족하고, 미진한 부분이 당연히 존재하지만, 공공갈등이 갖는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다면 강화방안을 모색하는 여론형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 최두현(전북갈등조정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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