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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금토일] 애들아! 냉이캐러 가자꾸나

'봄의 전령사' 냉이가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순창 풍산면 반월리 한 들판에서 김회정·김도희씨 가족들이 냉이를 캐며 즐거워 하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며칠 전 강원도에 1미터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여느해 같으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할 이맘쯤 1미터가 넘는 눈이라니... 감히 상상이 안간다.

 

올 겨울 유난히 많이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산야를 꽁꽁 얼어붙게 만든 영하의 날씨에 이제 겨울은 빨리 갔으면 하는 바람만이 앞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연말부터 발생한 구제역과 AI까지 온 나라를 힘들게 해 그야말로 우리의 봄은 언제 찾아올지 막막하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어느새 봄이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아무리 견디기 힘든 추위라 해도 대자연의 이치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는 법인가!

 

지난 4일이 입춘, 오는 19일이 날씨가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새싹이 난다고 하는 우수, 다음달 6일은 날씨가 따뜻해 각종 초목의 싹을 틔우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땅 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려 개구리도 뛰쳐나온다는 경칩이라서인지 이제는 겨울도 서서히 물러날 시기를 아는 모양이다.

 

동장군 속에서도 피어나는 봄의 대표적인 나물이며 봄이 오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하는 냉이가 이미 도내에서 최남단에 위치한 순창군에 등장한 걸 보면 말이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보자 종달이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

 

이 봄의 전령사 냉이는 겨울을 나는 두해살이 식물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줄기가 자라나고 줄기 끝에 흰색 꽃이 밑에서 위로 차례차례 피기 시작한다.

 

독특한 향이 나서 봄철에 국에 넣어 끓이거나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냉이를 소화제나 지사제로 이용하며,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슘, 철분, 비타민 A가 풍부하여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아낙네들이 바구니를 들고 들판으로 나가 동무들과 함께 대화도 나누며 냉이 캐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으리라.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들판에서 선·후배인 아낙네 둘이 싱그러움을 가득 안은 채 냉이 캐기에 나섰다.

 

학교시절 친구들과 그저 재미삼아 냉이 캤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제는 어엿한 두 아이의 엄마로 만난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바구니 하나 들고 들판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그저 소풍 나가는 마냥 즐겁다.

 

간식도 먹고, 들판에서 뛰어놀며 가위바위보 놀이에 이어 달리기 시합까지 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낙네들도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냉이캐는 것을 거들겠다던 아이들은 조금 하다가 힘이 드는지... 캐놓은 냉이를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한다.

 

"엄마.. 이게 냉이야? 냉이는 왜이렇게 생겼어? 다 같긴 한데... 그래도 조금씩 달라. 키도 다르고 잎 모양새도 다르네?"

 

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은 대단하다. 자세히 보니 정말 냉이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사람의 생김 생김도 다르듯이 냉이의 모습도 어쩜 이렇게 다를까. 예전에 미처 몰랐던 사실 마냥 신비롭다.

 

아낙들은 냉이를 캐서 오늘 저녁에 가족을 위해 맛있는 국을 끓여야지. 생각하니 그저 기쁘다. 가끔씩 불어오는 찬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캐다보니 어느새 바구니 한 가득이다.

 

봄소식의 전령인 냉이가 동장군의 기세를 이기며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는 요즘,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들판으로 발걸음을 옮겨 향긋한 봄내음을 맞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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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남근 lng653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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