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주는 선물 '신비의 약수' 고로쇠 수액 채취 시작
봄기운이 완연하다. 지독했던 추위가 물러나는가 싶더니 한낮에는 약간 덮다고 느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같은 겨울과 봄 사이에는 고로쇠 물을 맛볼 수 있다. 봄기운을 받으며 나오는 고로쇠 물은 흡수가 빠르고 배설도 잘 된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관절염·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술독을 잘 풀어주는 등 효험이 적지 않다.
계절이 주는 선물 고로쇠, 완주 동상의 채취 현장을 찾아가 봤다.
"동상 고로쇠는 맛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생산량도 풍부한 편이죠. 올 겨울에는 지독히 추웠다가 갑자기 날씨가 풀려 고로쇠 채취기간이 짧아졌습니다. 내달 중순까지나 고로쇠를 채취할 수 있을 겁니다"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에 사는 젊은 농사꾼 조인철씨(41)는 "올해 고로쇠를 맛보려면 서둘러야 한다"면서 "기온이 낮으면 얼어버리고 너무 따뜻하면 안 나오니까 올해는 생산기간이 며칠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한 이름 고로쇠의 계절이 왔다. 이번주부터 도내 곳곳에서 채취돼 다음달 15일께까지 고로쇠 수액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고로쇠를 생산하지 않는 곳이 없어 가격은 매년 하락세다. 하지만 18ℓ 한 통에 5만원선이 유지되고 있다.
고로쇠 수액은 해마다 봄 경칩 전후인 2월 말∼3월 중순에 채취한다. 올해 경칩은 내달 6일이다. 바닷바람이 닿지 않는 지리산 기슭의 제품을 최고품으로 친다. 잎은 지혈제로, 뿌리와 뿌리껍질은 관절통과 골절 치료에 쓰인다.
고로쇠 약수는 나무 줄기 적당한 곳에 채취용 드릴로 1∼3cm 깊이의 구멍을 뚫고 호스를 꽂아 흘러내리는 수액을 통에 받는다. 100년 이상된 아름드리 큰 나무에서는 하룻밤사이 한 통 이상을 흘려내리고, 수액을 받기 위해서는 수령이 10년 이상은 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한시간 이상 올라가야 하는 깊은 산속에서 고로쇠 물을 받아 지게로 날랐다. 그 때는 나오는 대로 팔려 힘든 줄 몰랐다. 가격도 좋아 수입이 괜찮았다"는 조씨는 "요즘은 채취방법이 발달해 편해졌다. 비닐은 거의 쓰지 않고 호스를 연결해 산 밑에서 통에 수액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호스값 등 원자재가를 빼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며 웃음 지었다.
생산량이 워낙 많아졌다지만 고로쇠는 여전히 인기다.
한방에서 나무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린 즙을 풍당(楓糖)이라 하여 위장병·폐병·신경통·관절염 환자들에게 약수로 마시게 하고 있고 즙에는 당류(糖類) 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동상면의 운장산, 연석산, 대부산 등에서 나오는 고로쇠는 예전에 지리산으로 많이 실려갔다. 물맛이 좋고 효능이 뛰어나 지리산의 고로쇠에 비해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상면에서는 100여명이 고로쇠를 채취하고 있다. 대부분 국유림이고 사유림 비중도 상당하다. 사유림에서 고로쇠를 채취해도 허가를 받아야 하며, 국유림은 일정금액의 채취료를 납부하고 구멍 뚫는 법, 약을 발라주는 뒷처리 방법 등을 2시간 교육받는다.
국유림 50그루에 10만여원을 주고 채취허가를 받았다는 동상면 신월리 정일식씨(53)는 "동상은 산세 때문인지, 지형 때문인지 고로쇠의 품질이 좋다. 채취 후 이틀쯤 지나, 그러니까 택배로 소비자가 받아볼 때쯤 단맛이 잘 우러난다"고 소개했다.
정 씨는 "도매 중간상의 경우 눈앞의 이익을 위해 물을 탄다는 얘기도 있는데 농민들은 장난치지 않는다. 농민들은 거의 고정적인 소비자와 신뢰를 쌓고 계속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물맛에 정성을 기울인다"고 강조했다.
고로쇠 수액은 1ℓ에 칼슘 63.8mg, 칼륨 67.9mg, 망간 5.0mg, 마그네슘 4.5mg과 철·미네랄·황산이온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다. 식수에 비교해 칼슘은 약 40배, 마그네슘은 약 30배다. 산후병이나 신경통, 위장병, 고혈압, 비뇨기 계통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봄 몸에 좋은 고로쇠를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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