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 인문 주간 첫 강사로 나서
오항녕 전주대 교수(50)는 '공부의 달인'이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고미숙씨처럼 "공부해서 남 주자"는 의견에 적극 동의하면서 '토'를 단다.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공부하면 대체 뭐가 달라질까? 그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전주대 인문 주간을 맞아 첫 강사로 나선 그는 11일 전주대 스타센터 온누리홀에서 '人文, 인간의 무늬'를 주제로 한 강의를 통해 수단으로부터의 공부가 아닌 삶으로부터의 공부에 대해 강조했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삶의 무늬가 어떻게 하면 평화롭고 뿌듯할까 하는 생각에서 입니다."
본보에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를 연재했던 그는 한 광고를 보여주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페시티즘(물신 숭배)를 비판했다. 에쿠스를 타면 벤츠 500을 부러워하고, 벤츠 500을 타면 바이마흐를 부러워하는 삶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이라고 했다. 특히나 남들이 하면 뭐든 따라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이같은 심리는 더욱 증폭된다. 그는 여기서 몇 가지 심리학 실험을 통해 "세상이 그러니까""다들 그렇게 사니까""낙오할까봐""어쩔 수 없어서" 등으로 핑계를 대면서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면서 사는 삶에 대해 일침했다.
"첫째 아이와 산에 가는데, 차 뒤에 앉아 있다가 가만히 몸을 내밀더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빠, 세상은 참 힘든 거 같아요." 그 때 나는 부처님이 환생하신 줄 알았습니다. (웃음) 맞는 말입니다. 인생은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다, 어렵다, 쉽다 등은 인생을 표현하는 데 적절한 말이 아닙니다. 재밌는가 아닌가, 평온한가 아닌가, 뿌듯한가 아닌가 이것이 더 중요한 말이라고 봅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주인 되는 삶에 대한 해결책으로 언어의 습득이 기록을 통해 이뤄지듯 오랜 시간 검증 받은 고전을 배우고, 흉내낼 것을 제시했다. 가장 손쉬운 실천법으로 고전을 읽으면서 '씨앗 문장(좋은 문장)'을 베껴 쓰고 생각해보면 자신이 지향하는 삶에 대한 단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을 위한 공부가 진정한 공부"라고 강조한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공부의 의미와 새로운 공부 방법을 제시했다. 다음 강연은 이남식 전주대 총장(18일 오후 4시 전주대 스타센터 온누리홀)의 '고전과 삶', 박건용 영화감독(청운대교수)의 '영화와 삶(25일 오후 4시 전주대 JJ아트홀)', 김용택 시인의 '시와 삶(6월1일 오후 4시 전주대 예술관 JJ아트홀)'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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