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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핌피현상

양복규 (학교법인 동암학원 이사장·명예 교육학박사)

 

중국의 사상가이자 법치주의를 주장한 한비자(韓非子)는 임금을 상·중·하(上·中·下) 3등급으로 분류하였는데 '상 임금은 남의 지혜를 빌려서 이용하는 것이며, 중 임금은 남의 능력을 빌리는 것, 하 임금은 자기의 지혜와 능력대로만 하는 것'이라 했다. 성군으로 명성이 높은 요(堯)임금은 '국태민안(國泰民安)으로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평안함'을 주장했다.

 

'배가 고픈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배가 아픈 것은 못 참는다'와 '자기의 소가 송아지를 낳은 것보다 이웃집 황소가 죽는 것에 훨씬 더 쾌감을 느낀다'는 고사가 있다.

 

몇 년 전에 어느 지방에서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시설을 놓고 주민들의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자 최후에 주민 모두의 투표로 결정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앙금의 여독으로 지역단위는 물론 부부, 부자, 형제간 등 가족 간에도 대립되었던 의견으로 불화가 심하다고 한다.

 

작금에도 동남부 신공항 신설 철회, 한국토지주택공사 유치 결정, 과학벨트 배치 등 국책사업의 결정에 있어서 혈서, 삭발, 농성과 함께 매일 쏟아진 규탄, 성명 등에 국민들은 짜증스럽다 못해 울분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광역자치단체장, 국무위원, 의원, 역대 장군들이 농성을 하는가 하면 종교계도 종파를 초월하여 해당 지역의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먼 곳의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고, 이웃 간에는 황소 한 마리의 이해도 따지지 말라'했다. 그러나 요즘의 인심은 그렇지 않다. 깊은 산골에 세집이 한마을을 형성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가족과 같이 살았는데 마을 이장을 선거제도로 선출하면서부터 원수지간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세집에서 이장을 선출할 때에 호천이나 무투표가 아니라 가정마다 1명씩 3인이 출마하게 된다. 이장에게는 자녀 교육비와 약간의 보수를 주기에 양보는 고사하고 서로 하려고 하는 직책이다. 투표결과는 각자 1표씩 동수가 계속되어 이장이 없이 살다가 1인이라도 병환이 나거나 변고가 발생하여 1표를 더 얻은 사람이 선출되면 낙선된 집안과는 그림자도 보지 않으려는 극단적인 방법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KTX 정류장, 마을길 개설과 같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들의 유치에는 적극적인 반면 쓰레기장, 심지어는 노인 요양원 등의 설치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집단으로 반대하는 것이 거의 관습화 되어 있다.

 

지금과 같이 정부와 지방, 그리고 지역과 지역 간의 감정이 대립되면 통합이나 화합은 고사하고 반목과 질시 속에 국민들이 사분오열되고 불신의 풍조가 만연하여 국가발전에 많은 허점이 양산될 것 같은 느낌이다.

 

제도가 나빠서인지 정치의 오류인지를 파악하여 국민들의 마음이 편안하고 갈등 없는 개선책이 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 양복규 (학교법인 동암학원 이사장·명예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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