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초등교 자치위 열어…피해 학부모 "딸에게 또 상처"
속보= 학교측의 미온적 대처로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가 지연돼 논란이 일은 삼천동 A초등학교가 이번에는 피해자와 가해학생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재현해 비난을 사고 있다.〈본보 6월 9일자 7면 보도〉
피해 학생은 폭행 당시 상황을 기억하기 꺼려하지만 또다시 상황 재현으로 과거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3일 전주 삼천동 A초등학교 2년생 B양(9)은 같은 학교 남학생들이 자신의 성기를 보여준 후 때리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모욕을 겪었다.
이와 관련 A초등학교는 9일 경찰관을 참관인으로 하고 B양과 가해 학생 등 4명을 불러 당시 사건이 발생했던 학내 현장에서 상황을 재현했다.
하지만 B양의 부모에게는 상황 재현에 대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해당 학부모는 학교측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A초등학교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고 B양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조치를 강구했다.
학교 교감을 위원장으로 10명으로 구성된 자치위원회는 이날 전원 모두 가해 학생의 전학 권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 학생에 대해서는 심리치료를 받도록 조치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지내지 못할 경우 모두 다 전학을 권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B양은 이미 심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향후 학교생활을 원만하게 하지 못할 경우 피해자, 가해자 모두 전학을 권고한다는 조치는 피해자를 오히려 처벌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전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위원들 모두 전학은 반대했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인 점을 감안, 판단능력이 현저하게 낮을 것으로 보여 처벌 조치는 하지 않았다"며 "이날 가해학생은 평소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학교 나무 밑에서 소변을 보려다 지나가는 B양이 쳐다봐 홧김에 때렸다는 새로운 진술도 나왔다"고 말했다.
B양 담임 교사는 "오후에 열릴 자치위원회에서 설명하기 위해 정확한 장소 등을 숙지하고 또한 실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현장에서 아이들의 설명을 들은 것일 뿐"이라며 "다시는 학교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이번 문제는 사랑과 타협의로 풀려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양 부모는 "위원들이 모두 한통속이 돼 이 사건을 경중이 아주 약한 사건으로 치부하려고 했다"면서 "오전에 실시한 상황재현도 부모 허락도 맡지 않은 경솔한 행동으로 내 딸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편 전북도교육청은 "청와대의 지시로 민원처리를 맡은 게 아니며, 이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민원을 다시 내려 보낸 것"이라며 "당시 피해 학생 부모와 가해 학생 부모간 원만히 해결하기로 합의, 그래서 감사를 도중에 멈춘 것"이라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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