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 詩 '목종' 읽고 작성…미발표 엽서 수취인 허 교수에게 전달
6일은 신석정 시인(辛夕汀·1907~1974) 작고 37주기가 되는 날이며, 7일은 탄생 104주년이 되는 날이다. 전원·목가시인으로 알려진 석정 선생이 실제로는 제국주의 비판시를 썼다고 밝혀온 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75·시인)가 미발표 엽서를 공개했다. 전북일보 1964년 2월 26일자에 발표된 허 교수의 시 '목종(木鐘)'을 읽고 석정 선생은 참담한 심정을 담아 시'슬픈 서정(소라의 '목종'에 괘념하여)'을 썼다. '목종'은 1964년 경기도 운천리 미군부대에서 굶주리던 소년이 통조림을 훔치다 발각 돼 경비병에 사살된 사건을 통해 때려도 울리지 않는 나무종에 자신의 심경을 빗대 쓴 시. 석정 선생은 이를 읽고 '어무찬 설움에 가슴이 뜨거워 / 끝내 안으로 피를 새겨야 하는 / 목종(木鐘)이 아니라 차라리 벙어리가 되고 싶구나'라고 절규했다. 석정 선생은 허 교수에게 쓰는 엽서에 '〈책임 전가〉의 상표를 또 한번 確認한 채 小年은 갔다. 그리고 조용하였다. 가슴 아픈 이 귀절을 나는 몇 번이나 외었는 지 모르오.'라고 적었다. 하지만 석정 선생이 잊고 붙이지 못한 이 엽서는 올해 석정 선생 유족이 발견, 만 47년 만에 수취인 (허소라 교수)에게 전달됐다.
"'목가시인'으로만 알려진 석정 선생의 가시면류관을 벗기고 싶다"는 허 교수는 석정 선생은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1941년 순문예지'문장'의 강제 폐간으로 친일 어용지'국민문학'의 원고 청탁을 거부하고 낙향해 친일시를 남기지 않은 유일한 시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5·16 직후 교원노조를 지지한 시'단식의 노래'와 '민족일보'에 발표한 시'다가온 춘궁'으로 당국에 끌려가 호된 심문을 받았던 석정 선생은 제국주의 국가에 의한 약소국 침탈의 부당함을 지적해온 '한양'의 주요 필진이 됐다고도 했다. 40여 년 넘게 석정 선생을 연구해온 허 교수는 "석정 선생이 돌아가신 뒤 공개된 시'인도의 노래','슬픈 위치' 외에도 시대적 제약으로 인한 미발표 시가 많다"며 "9~10월 개관을 앞둔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자필 원고로 쓴 미공개 시가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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