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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고통을 사랑하면서…작가도 단련된다

익산출생 소설가 백가흠씨, 세번째 장편 '힌트는 도련님' 펴내

왜 바쁜지 모르게 바빴다. 지난 학기 7곳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맡았다는 게 이유였지만, 글쓰기에 대한 강박이 더 힘겨웠는지도 모른다. 몇 년 만에 떠난 몽골 여행에서 "성질 더러운" 낙타를 본 뒤 단편'그때 낙타가 들어왔다'를 "잘못 썼구나" 했다. 자신의 소설에서는 낙타가 피상적이었다나. 단편'그래서'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작가가 줄이 바뀔 때마다 글씨가 사라지는 고통스런 글쓰기를 하는 모습은 소설가 백가흠(37)의 앞·뒤쪽 모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여 만에 내놓은 세번째 소설'힌트는 도련님'(문학과 지성사)을 보는 마음은 한결 가볍다. '잘 써야 한다'는 글쟁이의 불편한 숙명 보다는 등장인물에 대한 '사랑'을 떠올릴 만큼 자유로워졌다.

 

몸도, 마음도 성하지 못한 폭력적 남성들에 대한 작가의 고발은 농촌 총각들의 성적 소외와 다문화 여성들이 겪는 성적 착취('쁘이거나 쯔이거나'), 월남전 고엽제의 피해('통(痛)')로 확장됐다. '제도'라는 폭력에 복종하고 체념하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또 피눈물이 난다. 다만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배꽃 흩날리는 서정성이 읽혔던 전작에 비해 의뭉스런 유머가 무거운 주제를 일상적으로 풀어냈다고 보면 맞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소설 안에 내가 없었다"는 회의는 자전적 단편'힌트는 도련님','그래서','P'를 내놓게 했다. "장가나 가라"는 부모님의 애원에도 두문불출하고 '안 써진다'는 글만 붙들고 앉은 '도련님'이 응시한 것은 '나'였다.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들에게 압박을 받는 등 소설 쓰기의 여러 딜레마가 드러나는가 하면,"모더니스트인가 리얼리스트인가 하는 것"의 '구닥다리' 같은 질문에서 허덕이는 그가 보인다.

 

그래서 그는 꿈을 꾼다. 폭력의 고통을 무심히 보는 게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기 위해. 창작의 고통을 떠들어대는 게 아니라, 그 고통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소설가 백가흠은 그렇게 단련된다.

 

익산 출생으로 명지대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귀뚜라미가 온다'(2005), '조대리의 트렁크'(2007) 를 출간, 두번째 장편'나프탈렌(가제)'과 또다른 선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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