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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각사 뒷이야기…'빌라다르와 예술가들'

194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조소과가 신설된이후 70여 년간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예술가들의 삶을들여다보는 '빌라다르와 예술가들'(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이 발간됐다.

 

1981년 서울대 조소과 출신 조각가들이 출범시켜 현재 회원 330여 명을 보유한 서울조각회(회장 최명룡 경북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결성 30주년을 계기로 1년간의 준비 끝에 펴냈다.

 

'빌라다르(Villa D'Art)'는 '예술의 별장'이라는 뜻의 프랑스 어로, 1960년대 종로구 연건동의 서울대 교정에서 미대 학생들이 직접 운영했던 교내 카페의 이름이다.

 

그곳은 당시 예술가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예술과 사회, 사람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낭만의 공간이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의 첫 입학생인 백문기(46학번.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를 비롯해 강태성(49학번.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의순(53학번.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등 미술계 원로들과 이나라(91학번. 조각가), 이민선(04학번. 서울대 미대 석사과정) 등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27명의 인터뷰를 10개 장으로 엮었다.

 

우리 미술계의 살아있는 역사를 각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입을 통해 듣다보니 그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유명 작가들의 삶과 작품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길진섭(1907-1975.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국립미술제작소 소장 역임), 이쾌대(1913-1965. 거제 포로수용소에 구금됐다가 1953년 포로교환 당시 북한 선택), 김만형(1916-1984. 조선미술가동맹 평안북도 지부장 역임) 등 월북 작가들에 얽힌이야기도 흥미롭다.

 

"인상파 화풍으로 유명했던 서양화가 최재덕 씨는 정말 이데올로기와는 아무 상관없이 친구 따라 월북했어요.(중략) 최재덕 씨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월북을 선택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 없이, 맘에 안 들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을 품고 북으로 넘어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도록 발이 묶여 버렸죠."(27쪽)지금은 작품 한 점당 수억을 호가하는 우리 미술계의 대표 작가들이 정작 생전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연들도 소개된다.

 

"권진규 씨가 생전에 얼마나 홀대를 당했냐 하면, 돈이 궁해서 전쟁 기념비 제작에 참가했더니 함께 일하던 조각가들이 '당신은 사실적인 조각은 못 하니까 얼굴엔 손도 대지 말고 군화만 만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미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분의 작품 세계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거예요. 그랬던 권진규 씨의 작품이 지금은 한 점당 1억 원이 넘죠. 참 한탄스런 얘기입니다.

 

"(54쪽)모두 10개 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서울조각회 회원 330명 전원의 작품 사진을 수록해 한국 조각예술사 70년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도록 했다.

 

최명룡 회장은 29일 "우리 화단이 어떻게 조성돼 왔는지 직접 증언을 듣고 싶어서 20대 젊은 작가부터 80대 원로에 이르기까지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며 "한국의 지나온 세월을 조각하는 사람, 예술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고민한 흔적들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서울조각회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회원들의 작품 88점을 선보이는 제32회 정기회전을 연다.

 

개막 날인 31일 오후 4시 갤러리에서 출판기념회도 할 예정이다.

 

648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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