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남 (전주 YWCA 회장)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라고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는 청춘예찬을 누구나 한번쯤은 낭송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방아처럼 고동치는 심장과 높은 이상을 가진 가치 있는 존재야말로 청춘이고,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이 바로 청춘의 끓는 피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중년에 접어들면서 길가다 마주친 풋풋한 청춘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워 눈길을 줘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이 넘치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와 희망을 기대하게 되고, 그래서 무엇보다도 현재적 가치인 그들의 청춘이 값어치가 있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무한한 가치가 있는 청춘이 품고 있는 이상이야말로 우리 나이에 정말 부러워해야하고 시샘해야 옳은 것이 맞다. 그러나 요새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내가 그 눈부신 청춘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급격한 고령화와 출산율이 저하되는 사회에 접어들면서 청춘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이 사회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사회적 배려가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좋은 사회란 성인이 되면 독립하여 저 스스로의 삶을 자기 힘으로 살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법적으로 투표권이 주어지고 성인식을 치러주면 그냥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성인으로서 자기 스스로의 안전도 책임지고, 자기의 이상과 꿈을 펼쳐 볼 수 있는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청춘을 던져볼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될 때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입시지옥과 취업난, 유례없는 주택난속에서 청춘을 저당 잡히고 사는 가여운 볼모들을 보며 저 대열에 끼어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가슴이나 쓸어내리며 안심하고 있는 한 우리의 안락한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
이미 경제활동의 중추인 젊은 핵심노동력이 감소하기 시작한데다가 취업난마저 가중되어 생산성도 떨어지면 결국 우리 사회의 부양능력이 떨어질 것이고 그것은 결국 세대 간 갈등과 불만으로 표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수준이 경제적 생산성으로 직결되지 않으면 결국 그 투자비용은 회수하기 어려운데다가 그 부담은 기성세대의 몫으로 남게 된다. 젊은 청춘들이 제때에 자립하지 못하면 그 비용은 개인적으로는 노후자금에서 지출하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생산성이 떨어져 부양능력도 열악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미 젊은 세대가 성인으로서의 자활과 자립을 하기가 불가능한 시대이다. 일자리를 가져도 그 수입이 주거비용과 교육비를 부담하는 데에 허리가 휘는데, 무슨 청춘의 꿈과 심장의 박동소리를 들으며 역사를 꾸며온 동력이 될 희망을 품겠는가 말이다.
세대 간의 부담을 덜어줄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서 상생의 실천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정책적으로 교육비용과 주거비용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하고, 사회적으로는 워크세어링이나 임금피크제, 여성 경제활동 유인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연금 수급자들은 일자리를 양보하는 높은 도덕적 미덕을 갖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버린 청춘들이여 청춘을 돌려달라고 목청 돋우지 말고, 있는 청춘들에게 피 끓는 젊음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하자.
/ 김형남 (전주 YW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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