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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편집'에 발목 잡힌 '슈퍼스타K 3'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슈퍼스타K 3'가 방송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편집 논란이 결국 본선 진출자의 무단 이탈을 불러왔고 프로그램의 진정성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인기의 일등 공신이던 '악마의 편집'에 제작진이 발목을 잡힌 셈이다.

 

◇끊이지 않는 편집 논란..왜? =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준다고 해 '악마의 편집'으로 불리는 '슈퍼스타K'의 편집 방식은 그만큼 논란에도 취약했다.

 

재미를 위해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템포를 빨리하다 보니 맥락이 잘려나가는 경우가 많아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컸던 것.

 

특히 출연자의 캐릭터를 부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 때문에 방송 후 출연자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경우가 많아 본의 아니게 악역으로 비춰진 참가자들로부터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악마의 편집'이 말그대로 출연자를 악마로 만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즌 3는 지역예선부터 최아란과 탑스타 등의 참가자들이 방송 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는 사례가 있었고 급기야 본선에 진출한 예리밴드가 편집에 불만을 나타내며 합숙소를 무단이탈하는 일까지 이어졌다.

 

제작진이 촬영 원본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는 19일 오후 다시 팬카페에 글을 올려 "문제의 본질은 헤이즈와 저희와 마찰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아니고 미션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비춰진 저희 태도가 왜곡 편집됐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 번 악역이 정해진 캐릭터는 끝까지 가게 되는 슈스케의 특성(?)상 저희는 이후 방송에서도 그렇게 묘사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승오가 언급한 '슈스케'의 편집 특징은 '위대한 탄생'이나 '톱밴드' '기적의 오디션' 등 다른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과 종종 비교된다.

 

이들 지상파 오디션은 미션 자체에 집중하며 문제가 될 만한 출연자들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 것에 비해 '슈퍼스타K'는 출연자들의 부정적인 모습까지 강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위탄'은 쇼의 틀에 참가자가 들어간 거고 포커스도 참가자가 아닌 멘토들에 맞춰져 있어 편집 방식이 다르다"며 "'슈스케'는 쇼의 주인공이 캐릭터가 되고 이야기가 끼어들어가면서 제작진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사실을 크게 왜곡하지 선에서 어느 정도 편집상 과장은 불가피하다"며 "지상파는 아무래도 제약이 많다보니 재미가 있더라도 논란이 있을 만한 부분은 피하게 되지만 '슈스케'는 그런 부분까지 담아내다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비연예인들로, 방송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어느 정도 과장을 용인하는 방송계 관행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리밴드도 방송을 잘 모르고 나갔다고 밝혔고 엠넷 신형관 국장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기 때문에 방송으로 비춰진 모습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 3 '슈퍼위크' 참가자의 한 지인은 "출연자들 모두 이렇게 안했는데 저렇게 방송에 나왔다 하는 것들이 있다"며 "재미를 위해 사실을 다소 왜곡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문제는 참가자들이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느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출연자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모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참가자들은 팍팍한 일정 때문에 거의 밤을 새다시피한 채 오디션에 참가하고 비슷한 색깔의 참가자들과 맞대결을 벌인다. 피로가 쌓이면서 참가자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편집의 소스가 되는 '문제의 모습'들을 보여줄 가능성이 커진다.

 

◇인터넷 마녀사냥 자극 = '슈퍼스타K'의 자극적인 편집은 누리꾼들의 '마녀사냥'과 맞물려 후폭풍을 불러온다.

 

방송에서 부정적으로 비춰진 참가자는 악플러들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지역 예선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화제를 모은 신지수는 지난 9일 방송에서 단체 미션을 앞두고 조원들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독단적인 리더로 비춰져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고 16일 방송 후 비난의 강도는 더 세졌다.

 

한림대 강명현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리얼리티 프로도 극적인 구성이 필요한데 방송을 시청자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방송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관심을 끌기 위해 이용하는 심리도 작용한다.

 

연세대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는 "네티즌들은 이슈를 만들어 관심을 끄는 게 목적이다. 끊임없이 미끼는 던지는 것도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며 "여기에 이슈를 좇는 언론이 가세하면서 이런 일들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구사이버대 심영섭 심리학과 교수는 "방송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에 사람들이 강렬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거기서 벗어나면 강한 거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방송국 자정작용과 대중 인식 전환 필요" = 편집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사의 자정 작용과 함께 리얼리티쇼도 예능이라는 대중의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일반인은 사실 약자라는 점에서 편집권을 쥔 방송사 책임이 크다"며 "그렇지만 일반인 참가자들도 자신들이 좋은 쪽으로만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교수는 "결국은 예능을 예능으로 보는 미디어 학습이 필요한 것 같다"며 "방송국도 지나친 편집을 반성하고 자정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무편집 동영상을 올려주는 것처럼 완충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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